양념 묻고, 담배꽁초 넣고…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도 안 가져간다

[르포] 코로나發 재활용 쓰레기 대란
플라스틱 쓰레기 등의 실제 재활용률은 고작 40~50% 수준
정부, 지자체 적극 홍보를

19일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직원들이 쓰레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il.com 19일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직원들이 쓰레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il.com
대구 북구 복현동 원룸촌 길거리에 종이상자와 음식물이 묻은 용기가 널브러져 있는 모습. 이수현 기자 대구 북구 복현동 원룸촌 길거리에 종이상자와 음식물이 묻은 용기가 널브러져 있는 모습. 이수현 기자

지난 15일 오후 7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에는 가위 하나가 달려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가위를 달아놓은 이유에 대해 "주민들이 페트병을 버릴 때 비닐 라벨을 쉽게 뗄 수 있도록 달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가위를 활용해서 라벨을 떼는 주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비원은 "페트병 뿐만 아니라 종이 박스를 버릴 때에도 테이프를 안 떼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종이박스 정리, 페트병 정리 때문에 본 업무인 아파트 경비 업무를 제대로 하기 힘들 때도 많다"고 했다.

◆제대로 버려지지 않는 재활용 쓰레기

집하장이 따로 없는 원룸과 빌라, 단독주택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같은 날 대구 북구 대현동과 복현동, 달서구 두류동의 원룸 밀집 지역에는 전봇대에 붙은 쓰레기 불법 투기 단속 안내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활용 쓰레기가 골목길 전봇대 주변에 버려져 있었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한 원룸 관리인은 "음식 묻은 플라스틱 용기나 음료가 담긴 캔, 담배꽁초를 넣은 플라스틱 병을 그대로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냥 내놓으면 재활용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며 "수거 업체가 안 가져가는 경우도 있어서 일일이 정리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생활자원회수센터 분류 작업장에선 인부 6명이 스티로폼에 붙은 비닐 테이프를 뜯어내느라 바빴다. 한 켠에는 음식물이 묻은 채 버려진 스티로폼이 쌓여 있었다.

이상욱 수성구생활자원회수센터 본부장은 "음식물이나 비닐이 붙은 스티로폼은 파쇄해도 색깔이나 이물질이 그대로 붙기 때문에 재활용을 할 수가 없다"며 "결국 일일이 뜯어내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용 쓰레기는 배출 단계부터 제대로 버려지지 않고 있었다. 페트병과 비닐 라벨을 분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종이에 붙은 테이프도 그대로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음식물이나 이물질을 담아 버린 용기는 아예 수거 업체가 거둬 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도 이를 재활용하는 비율은 40~50%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저유가 흐름으로 인해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등 석유를 원자재로 하는 제품들의 생산비용이 재활용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비용보다 낮아지면서 한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더 낮아지는 추세다.

이 본부장은 "자원 순환 사업에서 인건비의 비중이 40%가 넘는다"며 "결국 채산성이 안 나오니 재활용 쓰레기는 활용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시중에 판매되는 일본 수입 차 페트병, 국내 생수병, 국내 음료수 병의 라벨을 벗겨 보았다. 국내 음료수 병의 경우 라벨 벗기기가 쉽지 않았다. 이화섭 기자 기자가 직접 시중에 판매되는 일본 수입 차 페트병, 국내 생수병, 국내 음료수 병의 라벨을 벗겨 보았다. 국내 음료수 병의 경우 라벨 벗기기가 쉽지 않았다. 이화섭 기자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 고려해야…교육·홍보도 필요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제품 생산 과정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가장 활용 빈도가 높은 플라스틱, 그 중에서도 섬유로도 재활용되는 페트병의 경우 비닐 라벨을 떼기 쉽게 하거나 뚜껑 분리를 간편하게 만들어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살제로 한국에서 생산된 음료수 페트병은 재활용이 활성화된 일본의 음료수 폐트병보다 분리가 어렵다. 일본 음료수 페트병은 라벨 비닐에 있는 점선 표시대로 뜯었을 때 쉽게 떨어지고, 뚜껑을 딴 뒤 남는 고리도 손 힘으로 빼내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음료수의 경우 라벨 비닐에 점선 표시가 있지만 떼어내기가 쉽지 않았고, 또 점선대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은 제품이 많다. 남아 있는 뚜껑 고리도 커터칼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야 빼낼 수 있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재활용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재활용 쓰레기의 재질과 크기 자체가 제각각이다 보니 시민들은 분리단계에서 재활용 처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재활용이 쉬우려면 생산 단계부터 재질과 크기를 통일해 생산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아파트와 같은 공공주택에서 투명 페트병을 분리수거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다른 재활용 쓰레기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배출을 하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를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은 "비닐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지만 투명 페트병을 따로 내놓아야 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정확한 재활용 쓰레기 배출 방법을 홍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주민들이 혼선을 겪는다는 민원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며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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