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2배↑'에도 관리규정 無?…전동장치 PM '골머리'

전동킥보드·전동자전거 난립…속도 등 규제 사각지대
대구 4개 업체 1050대 대여…보증금 내고 분당요금 책정
공유형 킥보드 '자유업' 분류…등록, 허가 없이도 운영 가능
최고 시속 25km 제한 걸려도 법적 미비로 안전사고 우려

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한 시민이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한 시민이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올 3월부터 대구시내에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대거 들어오면서 행정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용자 수와 관련 민원은 폭증하고 있지만 관계 규정은 연말이나 돼야 시행되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이 난립하고 있지만 면허 규정, 관리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행정당국도 지켜만 보고 있는 입장이다.

개인형 이동수단의 증가세에 사고도 덩달아 크게 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3년 동안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연평균 95.5% 증가했다. 사망자 수도 2017년과 2018년 각각 4명에서 2019년 8명으로 두 배 늘었다.

◆개인형 이동수단 난립

대표적인 개인형 이동수단은 전동킥보드다. 최근 들어 대구시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애용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9월 기준 4개 업체가 1천50대의 공유형 전동킥보드 대여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인천, 파주, 부산, 수원 등 다른 도시에는 2017년부터 전기자전거를 수천여 대씩 들여와 공유형으로 대여하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보증금을 내고 분당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구시도 올 초 공유형 전기자전거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접촉감염의 위험성이 제기되자 내년으로 도입이 미뤄진 상태다. 아직 대구에는 공유형 전기자전거가 없지만 개별적으로 쉽게 구입해 탈 수 있어 간간이 눈에 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 2조 개정에 따라 12월 10일부터 개인형 이동수단(PM)으로 분류된다. 현재로선 전동킥보드를 오토바이로 볼지, 자전거로 볼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셈이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전동장치가 있어 속도를 내기 쉬운데도 '자전거'로 분류돼 전동기가 없는 일반 페달 자전거와 같은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미비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개인형 이동수단 경고음이 켜졌다. 간편성, 효율성을 무기로 삼은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전동기 탑재 개인형 이동수단들이 개조 등을 거쳐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생산되는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는 공장에서 만들어질 때부터 최고 시속 25km로 제한이 걸려 있다. 시속 25km 이상으로 운행이 될 경우에는 전동기가 자동으로 멈추도록 만든다. 이는 국가기술표준원 안전기준에 따른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많은 이용자가 손쉽게 전동킥보드를 개조해 최고속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전동킥보드 DIY 개조법을 알려주는 게시물도 많다. 전동기가 탑재돼 있다 보니 전동기의 힘으로 시속 7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구시는 무단으로 개조한 전동킥보드 등에 대해 경찰에 단속 요청을 하고 있지만 현재 전동킥보드에 대한 과속 단속 규정이 없는 등 불법개조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자동차 외에는 과속을 단속할 규정도 없을 뿐더러 방법도 현재로서는 없다"며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과속 단속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이런 탓에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달 24일 인천에서는 교차로에서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던 고등학생 2명이 택시와 충돌, 이 중 한 명이 치료를 받다 숨졌다.

앞서 4월 부산에서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4차로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가 차량에 부딪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사망자는 무면허 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한 시민이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한 시민이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관리마저 부실

공유형 이동수단 대여업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어 기본적으로 등록이나 허가 없이 개별업체가 운영할 수 있다. 때문에 시도나 해당 구군 등 행정당국에 별도의 통보 없이 자유롭게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도 지난 9월 한 업체가 전동킥보드 700여 대를 들여와 영업을 시작하면서 이용객이 급증하자 대구시가 부랴부랴 현황 파악에 나섰을 정도였다.

대구시와 구군 교통단속팀에 따르면 9월 중순부터 하루에도 수십 통씩 "자신의 가게 앞에 세워진 전동킥보드를 치워달라, 인도에 놓여 있는 전동킥보드가 통행을 방해한다"는 내용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엇갈린 법령 해석은 도로 위에 세워진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관리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길거리에 있는 전동킥보드를 무단 적치물로 보고 있어 관할 구군이 수거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부산시의 경우 도로법 74조 특례규정에 따라 인도나 도로를 점하는 전동킥보드 등을 노상적치물로 보고 바로 수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대구시도 이 법을 준용해 전동킥보드를 단속하려 한다"고 했다.

반면 구군에서는 노상적치물로 보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상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적치물로 보진 않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일 이상, 이륜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시행령'에 따라 2개월 이상 방치됐을 경우에만 해당 구청이 수거해 처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원이 들어오면 지자체에서 해당업체에 수거를 부탁하는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개별 대여업체에 "길거리 통행을 방해하니 치워달라"고 요청하면 업체에서 수거했다가 다른 곳에 가져다 놓는 숨바꼭질 식 처리를 반복하고 있다.

한편 이런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자 지난달 17일 국회에서는 전동킥보드를 규제할 수 있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다.

개인형 이동수단의 통행구간과 거치구역을 제한하고 무단방치를 금지하거나, 어린이가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여사업을 하려는 업체는 해당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법제화는 내년이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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