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대구시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 우울증, 전국 최고

일상 덮친 코로나블루, 심리상담으로 극복해요!
혼자 앓지 말기 "속 마음 털어놓으면서 안정감 느껴"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코로나블루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신숙자 심리상담사(한국교류분석협회)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남영 기자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코로나블루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신숙자 심리상담사(한국교류분석협회)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남영 기자

"뭔가 분명히 힘들고 지치는데 나만 이런게 아니라는 생각에 오히려 내색을 못하겠더라고요. 집에 있는 시간은 확 늘었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소원해진 것 같아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자를 접촉한 A(27·대구 수성구) 씨는 2주간 격리 수칙을 잘 지켜 감염을 피했지만, 지금까지 우울감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3년째 취업 준비 중인데 갑작스러운 사태에 시험·채용 일정도 일그러지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집에만 있으면서 한없이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블루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최고치다. 코로나와 우울감(blue)의 합성어인 '코로나블루'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로 우울감, 무기력증 등을 겪는 현상을 뜻한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전국 17개 시·도 15세 이상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로 불안함이나 우울감을 겪었다'고 응답한 대구시민은 65.3%로 전국평균 47.5%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수면 장애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30.6%로 대구시민이 전국 시·도민중 가장 높았다. 직업별로는 전업주부가 28.1%로 가장 높고, 계약직 근로자 25.0%, 자영업자 23.3% 순이었다.

코로나19 스트레스가 다른 재난·중증질환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의 지장이 메르스의 1.5배, 경주·포항 지진의 1.4배, 세월호 사고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 발 집단 감염으로 장기화하는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많은 시민이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 역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통합심리지원단(1577-0199)를 통해 코로나블루에 지친 시민들의 심리상담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백화점도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백화점 내 코로나블루 심리 상담 서비스를 시작하고 시민 정신건강 챙기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7일까지 '코로나블루 심리상담서비스를 이어간다. 이번 상담은 롯데백화점의 사회공헌 '리조이스(다시 피어나는 기쁨)' 캠페인의 하나로 백화점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우울감과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극복을 위해 마련됐다. 매주 금~일요일 제공되는 서비스는 중구 대구점은 오는 31일까지, 달서구 상인점은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22일 오전 방문한 롯데 백화점 대구점 2층. 커뮤니티룸에서는 심리상담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상담자 B(47) 씨는 사전에 백화점 고객센터를 통해 상담을 예약하고 이날 상담소를 찾았다. 그는 편안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급변한 일상 속 어려움을 토로했다.

프로그램은 약 2시간 과정으로 설문지를 통한 심리검사 및 분석, 교류 분석 심리 컨설팅 활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상담자가 본인의 상태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상담 전문가와 함께 설문조사, 그래프 그리기 등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후 5가지 유형에 따른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백화점 안에서도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에 호응도 부쩍 높아졌다. 하루 평균 3~5건의 상담이 이뤄지며 신청자의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상담사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한 경제 사정, 특히 가족 간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대구시민들이 많다. 또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욱 심해졌다는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상담을 마친 B 씨 역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가족들이 다 예민해져 서로 상처도 많이 주고 스트레스도 심했다"며 "내 상황을 하소연하는 것 뿐 아니라, 불안한 감정의 원인, 해결에 도움이 되는 행동 방식 등도 잘 알 수 있다. 평소 상담에 대해서도 막연히 '정신병 치료'라는 안 좋은 선입관이 있었는데 백화점에서 상담을 받아 더 친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숙자 심리상담사(한국교류분석협회)는 "일상적인 우울감을 별다른 조치 없이 지속하면 우울증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상담이 수술이나 약처럼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있던 짐을 공유하면서 나누는 것 만으로도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시민 분들이 상담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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