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인생 2막] 박정현 사촌은행나무숲 대표

'은행나무숲이 준 희망을 키워 나만의 문화관광체험단지를 만들겠습니다."

박정현(57)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은행나무숲 대표는 은행나무 농장을 조성한 지 17년 만에 마침내 수요처 확보에 성공하고, 새로운 희망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박 대표는 각종 은행 관련 가공식품 제조와 문화관광체험단지를 기획하고 있다. 석민 선임기자 박정현(57)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은행나무숲 대표는 은행나무 농장을 조성한 지 17년 만에 마침내 수요처 확보에 성공하고, 새로운 희망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박 대표는 각종 은행 관련 가공식품 제조와 문화관광체험단지를 기획하고 있다. 석민 선임기자

경북 의성군 점곡면 박정현(57) 사촌은행나무숲 대표는 요즘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10년 넘는 세월이 흘러 되찾은 웃음이다. 17년 전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친 놈" 소리를 들으며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기도하는 참담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지만, 정말 은행(은행나무 열매)을 완전히 다 팔아치웠다는 사실은 꿈만 같다.

솔직히 올해 매출액은 중소기업 신입사원 연봉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해걸이를 하는 은행나무의 특성으로 볼 때, 내년에는 올해보다 3배 이상의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쏟아지는 주문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를 몰라 kg당 1천500원을 받았다. 한 번도 제 가격을 받고 팔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kg당 5천원 수준에서 거래 되고 있었다. 가격을 kg당 3천원 선으로 정상화하고, 해걸이 덕분에 수확량이 급증하게 되면 '2020년 억대농부'를 이미 예약해 놓은 셈이다.

"은행나무숲을 문화관광체험단지로 발전시킨다는 꿈을 남몰래 키워 왔습니다. 5천평 규모의 은행나무 농장 인근에 3천평을 추가로 마련해 자두, 살구, 다래, 매실 등 유실수와 각종 나물을 심어 가꾸고 있습니다. 봄에는 나물캐기 체험을 하고, 가을 수확기에는 아름다운 은행나무 농장에 캠핑장을 만드는 등 계절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30년 간 음악활동을 하다 독일인 부인과 함께 귀향한 권영국(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씨의 도움으로 음악회·전시회를 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정현(57) 사촌은행나무숲 대표가 그동안 쌓은 돌탑과 철재로 만든 성(城)의 모습. 석민 선임기자 박정현(57) 사촌은행나무숲 대표가 그동안 쌓은 돌탑과 철재로 만든 성(城)의 모습. 석민 선임기자

 

▶절망 속 귀향……암울한 날들!

박 대표는 10년 전 달랑 홀몸으로 귀향했다. 안동·구미 등지에서 23년간 영수학원을 운영하면서 자기 건물을 갖는 등 나름 성공한 학원경영자던 그가 입시제도의 변화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가정불화가 커지고, 급기야 모든 걸 잃은 채 고향인 의성군 점곡면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중(手中)엔 딱 3천만원이 남았다.

"두문불출 한 채 매일 술을 마셨습니다. 만취해 잠들면서 그냥 이대로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홀로 계신 늙은 어머니를 보면서 차마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못했죠. 4년 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주위의 돌을 주워 돌탑을 쌓았습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냥 쌓은 그죠……"

박 대표는 귀향 4년이 지나서야 밖으로 나왔다. 고향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과일나무 전지 기술을 배워 품팔이에 나선 것이다. 농민사관학교(5기) 입교는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제주도 졸업여행 때 3천평 감귤밭을 임대해 시작한 '석부작 박물관'의 성공 스토리를 듣고 보면서 감동이 몰려왔다. "나도 저런 문화관광체험단지를 만들고 싶다."

그 후 박 대표는 일당으로 받은 돈으로 철재를 구입해 전망대 등을 갖춘 성(城)을 만들기 시작했다. 군제대 후 철공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익힌 용접기술이 있었다. 돈이 생기는 대로 틈틈히 작업을 하다보니 한 쪽 편이 완성되기도 전에 다른 편은 낡고 녹슬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예전엔 멀쩡한 사과나무를 다 베어내고 은행나무를 심더니, 이제 정말 미쳤나 보다?"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미친 짓' 놀림 속 가꾼 은행나무숲의 희망!

"17년 전입니다. TV에서 은행알이 건강에 좋다는 정보를 접하고 선친께 '사과나무를 은행나무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버지는 "이놈 정신나갔나, 멀쩡한 사과나무를 뭐 어째!"하시며 강력 반대 하셨습니다. 그 이듬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4년에 걸쳐 은행나무 농장을 만들었습니다."

사과 재배 수익이 짭짤하던 시절, 박 씨의 행동은 동네사람들로부터 '미친짓'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박 씨는 나름 비전이 있었다. 향후 수익성을 고려해 토종은행보다 알맹이가 2.5배 가량 큰 '둥그랑'이란 개량품종을 찾았다. 또 토종은행은 첫 수확까지 20년이 걸리지만, 개량품종은 10년이면 첫 수확이 가능했다.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고, 뚜렷한 수요처가 없는 탓에 박 대표의 5천평 은행나무 농장은 전국 최대 규모에 속한다.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사이 학원은 폐업하고,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제대로 팔 곳이 없었다. 또 수년을 눈물과 한숨으로 보냈다. 올해 초 비로소 천연농약으로 농사짓는 사람들과 인연이 닿았다. 은행나무 열매의 과육이 살균·살충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박 씨는 이들에게 천연 상태 그대로의 은행열매를 팔았다. 은행나무 농장 관리와 수확·판매 과정에서 추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치 오랜 기다림에 대한 자연의 선물 같았다.

박 대표는 "은행이 기관지 천식과 폐·혈액 등에 특효가 있다는 사실은 독일·네덜란드 등에 잘 알려져 있고, 이미 많은 제품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농장 한켠 400평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내년 초 준공한 뒤, 은행잎차, 은행알 분말, 은행술, 은행식초 등 관련 제품 개발에도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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