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기자의 C'est la vie] 백인계 적십자 봉사회 전국부회장

2006년 적십자 봉사회 가입 이후 2만8천시간 봉사활동
나눔 실천하는 '산타 할머니'…2019년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가입

하루도 쉬는 날 없이 헌혈의집, 사회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백인계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 부회장은 하루도 쉬는 날 없이 헌혈의집, 사회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백인계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 부회장은 "어려운 이웃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우리 사회의 불행한 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인생에서 돈은 무의미하다. 죽어가는 이들을 돕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다."

1901년 제1회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앙리 뒤낭(1828~1910)은 사업 차 갔던 이탈리아 북부에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 1859년 6월 24일 사르데냐·프랑스 동맹군과 오스트리아 군대가 격돌, 4만명이 숨진 솔페리노 전투였다. 전쟁 부상자를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자원봉사자 구호단체를 만들자는 적십자운동의 계기였다.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힘겨운 전투를 치르는 중이다. 백신 접종,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 노력 덕분에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움을 기다리는 취약계층은 더 늘어나고 있다. 뒤낭의 말처럼, 동정심 많고 숭고한 정신을 지닌 사람들과 의협심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의 수호자로 나서야 할 때다.

백인계(70)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 부회장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이겨내는 데 앞장서왔다. 그는 지난해 2월 위기감이 극에 달했을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달려가 기부물품 배분, 급식 봉사에 나섰다. 자가격리 주민들에게 보낼 구호품 포장, 의료진·119대원 식사 제공, 농가 일손 돕기의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자원봉사는 자발성과 공익성, 지속성, 무보수성을 갖춰야 합니다. 저도 바이러스가 겁이 나긴 했지만 누군가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국에서 보내온 구호품이 산더미처럼 쌓여도 정리하고 나눌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대구동산병원에서 고생했던 자원봉사자 누구도 감염되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는 큰 제약이 생겼다. 하지만 백 부회장의 일상은 여전히 봉사로 꽉 차 있다. 2006년 적십자 봉사회에 가입한 그는 지금까지 2만8천시간에 가까운 봉사시간을 기록 중이다. 이는 15년 동안 매일 5시간 이상 자신의 시간을 이웃들을 위해 썼다는 의미이다.

그는 평일에는 사회복지관에서 저소득층에 전달할 도시락을 만들거나 헌혈의 집에서 안내 및 업무 지원을 한다. 주말과 휴일에는 양호교사 경력을 살려 홀몸어르신들의 집을 찾아 혈압·혈당 수치 확인 등 건강을 챙겨 드린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그의 이런 따뜻한 손길에 동료 자원봉사자들은 '나이팅게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1995년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한 백 부회장은 팬데믹 이전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재난·재해 현장과 굵직한 행사에는 늘 빠짐없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다문화가정 지원, 환경 정화 활동, 사회복지시설 목욕 봉사는 물론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부모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사람 사는 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며 항상 음식을 여유 있게 마련해두셨거든요. 저도 누군가로부터 부탁을 받으면 '얼마나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을까' 생각하면서 웬만하면 도와드리려 합니다. 그래서인지 홀몸어르신들이 친딸처럼 대해주세요."

충북 충주가 고향인 백 부회장은 자원봉사 못지 않게 '산타 할머니'이기도 하다. 승용차 트렁크에는 사비로 구입한 라면, 김, 참치 통조림, 파스 같은 생필품들이 늘 가득하다. 홀몸어르신들을 방문할 때마다 부족한 양을 채워놓고 오기 위해서다.

최근 2천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한 그는 동네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에도 열심이어서 경로당에 노래방 기기, 김치냉장고 등을 선물했다. 매년 기업체, 적십자사와 함께 마련하는 소외계층 복날 삼계탕 대접, 김장 나눔, 온천 나들이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4월에는 대한적십자사에 1억원 이상 기부하는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남편이 2018년 급성 백혈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도 큰 슬픔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어느날 문득 좌절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부의금과 사망보험금을 보태 기부하고 다시 봉사활동에 전념했습니다. 제가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니니 사회를 위해 쓰는 게 좋겠다는 제 생각에 아이들도 흔쾌히 찬성해줬고요."

"봉사는 중독"이라는 그는 그동안의 나눔과 봉사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앞서 2019년에는 대구시 여성대상, 2012년에는 대구시 자원봉사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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