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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대구 쿠팡 물류센터' 안전 시설은…

스프링클러 10% 이상 확대…내외장재 준불연 성능 강화
전문가 "대형화 자체가 위험"
경기 이천 3배 크기 막바지 공정 한창…높고 탁트인 공간 불 빨리 번져
비닐 종이박스 포장 진화 어렵게…내외장재 성능시험 기준은 느슨
스프링클러 상층 물건만 적실 뿐, 안전관리 책임자의 역할이 중요
전문가들 “설계 기준은 역부족, 사람에 의한 엄격한 관리 필수”

지난 2월 대구국가산단 소재 쿠팡 대구첨단물류센터 공사현장 전경. 매일신문 DB
지난 2월 대구국가산단 소재 쿠팡 대구첨단물류센터 공사현장 전경. 매일신문 DB

국내 대형물류시설에서 화재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오는 10월 준공을 앞둔 대구국가산단 소재 쿠팡 대구첨단물류센터(이하 대구센터) 역시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물류시설 특유의 취약성을 감안해 소방안전 규제를 내실화하고 시설 안전관리자의 역할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대형화재에 취약한 물류센터

최근 수년 간 잇따르는 물류시설 대형화재는 관련 당국은 물론 근로자,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마저 키우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이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 앞서 지난해 4월 공사 중인 이천의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7월에는 용인 소재 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내 최대 쿠팡 물류센터를 표방하는 대구센터 역시 대형화재 시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약 33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규모 물류센터기 때문이다.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12만7천200㎡의 대형 물류시설로 이미 손꼽히는 이천 덕평센터에 비해 3배 가까운 '매머드급' 크기다.

대구센터는 이달 21일 기준 약 8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마감재 작업 및 진입로 등 외부 토목공사가 남았다. 시공사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피해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장재 및 단열재는 모두 준불연소재인 '글라스울 패널'을 사용한다.

물류시설 화재 피해가 매년 잇따르는데다 대구센터의 규모가 이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대형'인 탓에 소방당국 역시 대구센터 소방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최근까지 5회에 걸쳐 대구센터 건설 현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달성소방서는 물론, 대구소방본부, 소방방재청 단위로도 화재안전관리 현장 점검을 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장소"라고 밝혔다.

쿠팡과 시공사 측은 대구센터가 강화된 안전관리기준인 '성능위주 설계'를 적용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화재위험을 낮췄다는 입장이다. 이는 연면적 20만㎡ 이상인 건물(공동주택 제외), 높이 100m 이상 및 30층 이상 건물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치대수를 10% 이상 늘리고 내외장재 준불연 성능기준을 강화하는 등 보다 까다로운 화재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소방방재업계와 전문가들은 성능위주 설계가 만능이 아닐 뿐더러 물류시설 대형화 자체가 진화 난이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탓에 대구센터가 여전히 화재에 취약할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물류센터 특성 상 칸막이가 거의 없고 층고가 높아 불길이 빠르게 번질 수 있고, 내부에 비닐, 종이박스 등 가연성 소재가 조밀하게 쌓여 있어 진화가 어려워서다. 덕평센터 화재에서도 불길이 2시간 40분만에 잡히는 듯 했으나 선반에 쌓인 가연성 물질이 불길 속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재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외장재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의 한 소방방재시설 제조사 관계자는 "일례로 내외장재 및 단열재로 '준불연' 인증을 받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느슨한 성능시험 기준 탓에 자재 표면만 준불연성능을 갖췄을 뿐, 한번 불길이 번지면 충전재가 녹아내려 되려 불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되곤 한다. 이건 대구센터에서 쓴다는 글라스울 패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특임교수(전 소방방재청장)는 "스프링클러를 촘촘하게 두더라도 층고가 높고 물건이 촘촘히 쌓여 있는 곳은 상부만 적실 정도로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안전관리 책임자가 경각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성 때문에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지만 효율성을 앞세운 물류창고 대형화도 소방안전 측면에서는 지양해야 한다. 적치된 물건 사이 간격, 건물 내에 반입할 수 있는 물류량에 대한 규제 역시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물류창고는 택배물품들이 종이 박스로 포장돼 있고, 책, 가전제품, 음식물 등 불에 안 타는 물질이 드물 정도다보니 연쇄확대의 우려가 있다. 이달말까지 지역 물류시설 소방특별조사를 포함해 향후 물류시설 소방안전관리를 엄격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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