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사살한 간첩의 제사를 28년째 올리는 사연은…

1983년 북한 간첩 사살한 임억근 씨, 전역 이후 매년 사비 털어 제사
임 씨 "불가피했지만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

38년 전 군대에서 사살한 북한 간첩의 제사를 매년 지내주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임억근(65) 씨가 대구 달서구 두류동 본인 사무실에서 향을 피우는 모습. 38년 전 군대에서 사살한 북한 간첩의 제사를 매년 지내주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임억근(65) 씨가 대구 달서구 두류동 본인 사무실에서 향을 피우는 모습.

38년 전 군대에서 사살한 북한 간첩의 제사를 매년 지내주는 사람이 있다.

대구에서 부동산 사업체를 운영하는 임억근(65) 씨는 19일 달서구 두류동 자신의 회사 사무실에서 제사를 지냈다. 제사상 위에 있어야 할 고인의 영정사진은 없었다. 임 씨와 함께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없었다. 제사상을 받는 이가 북한에서 침투하다 임 씨에게 사살된 간첩이어서다.

임 씨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육군 101여단에서 대위로 근무하던 1983년 6월 19일 오전 2시 30분, 경계근무 중 철조망을 자르고 침투하는 간첩 3명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중 2명은 임 씨 부하가 던진 수류탄에 목숨을 잃었고, 임 씨는 살아남은 마지막 간첩 1명을 2시간 동안 4km를 추격한 끝에 사살했다.

사건 이후 화랑무공훈장과 국무총리 표창 등 포상이 이어졌지만 임 씨는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1994년 전역한 임 씨는 올해까지 28년 째 사비를 들여 매년 6월 19일이면 사살한 간첩의 제사를 지내주고 있다.

그는 "굳이 제사까지 지내줄 필요가 있느냐며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도 많다. 당시 상황이 불가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됐던 내 손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사실이며, 그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껴서 제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념을 떠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 씨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본인의 행동이 지역민들에게 울림을 줬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군대 조직의 비인간성에 염증을 느껴 전역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보니 군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더군요. 생명과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군의 제사를 지내주는 심리도 결국은 '정'이라고 여깁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사람 사이의 정이 회복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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