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기자의 C'est la vie] 박재환 대구아트파크 대표

이천동에 복합 문화예술 공간 개관…"젊은 예술가들 창작 의욕 복돋워야"
연면적 800㎡에 지하 1층 지상 5층…공연장·갤러리·강의실·사무실 갖춰
연주자 5명, 화가 2명 등 발표회 지원…소방서에서 '찾아가는 음악회' 열어

박재환 대구아트파크 대표는 문화예술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박재환 대구아트파크 대표는 문화예술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사재(私財)를 털어 대구에 좋을 일 했다고 칭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제 돈 들어간 건 얼마 없습니다. 다 은행 빚으로 사고(事故)를 친 거죠. 대출이자 갚을 정도로만 운영되길 바랄 뿐입니다. 정 안되면 집이라도 팔아야죠. 허허허."

지난 2월 대구 문화예술계에선 봄바람 같은 싱그러운 소식 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박재환(61) 대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가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대구아트파크'(대구 남구 이천로 32길 36, 053-475-7701)를 개관하면서다. 코로나19로 생계조차 위협받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새로운 일터이자 놀이터가 등장한 것이다.

"아시다시피 문화예술계는 고사(枯死) 위기에 놓였습니다. 방역 지침으로 각종 공연·전시·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후배 문화예술인들은 끼니를 때우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들이 창작 의욕을 잃지 않도록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더 나이 들면 용기를 못 낼 것 같았고요."

사실 박 대표에게 복합 문화예술 공간 운영은 버킷 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였다. 대학 강단에 오랫동안 서는 동안 대구음악협회 회장,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을 역임하면서 그 꿈은 더욱 단단해졌다.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위기는 오히려 실행에 나설 좋은 기회가 됐다.

"예전부터 이 동네를 점찍어뒀었어요. 대구의 문화예술 중심인 남구 대명동에서 가까운 곳, 주변의 넉넉한 주차공간, 상권 미활성화지역 등 미리 정해둔 입지 조건에 딱 맞았거든요. 지난해 마침 적당한 건물이 매물로 나왔기에 고민 없이 계약했고, 몇 달 동안 수리를 거쳐 제법 괜찮은 문화에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듯해 뿌듯합니다."

박재환 대구아트파크 대표.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박재환 대구아트파크 대표.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천동 고미술거리 초입에 있는 대구아트파크는 연면적 800㎡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다. 지하 1층 '아트홀 예현'은 7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클래식·국악·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은 물론 영화 감상도 가능하다. 아마추어 합창단의 연습실로도 활용된다.

1층에는 공연기획사가 있고, 2층에는 음향·영상시스템은 물론 주방과 테라스까지 갖춰 소규모 행사·모임에 제격인 '스페이스 샘'(50석 규모)이 들어섰다. 3층은 갤러리, 4층은 강의실, 5층은 사무실로 꾸몄다. 시민들에게는 열린 문화공간, 문화예술인들에겐 사랑방, 신진 예술인들에겐 작품 발표 기회의 장이 되는 '종합 선물상자'인 셈이다.

"지난 석 달 동안 다양한 기획전시회를 이어왔는데 솔직히 기대만큼 많은 분이 찾아주시진 않았습니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겠죠. 하지만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하려 합니다. 매년 공모와 심사를 거쳐 연주자 5명, 화가 2명에게 발표회를 열어줄 생각입니다."

이미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역량을 검증받은 그는 일 욕심이 무척 많았다. 문화예술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평소 신념대로 어디든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달려간다. 2010년 그가 산파 역을 맡아 출범시킨 대구음악발전포럼의 경우 음악 비전공자 일반인 60여 명이 참여, 신진 예술가의 공연을 후원하거나 무료 연주회를 개최함으로써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 한 회원이 코로나19로 119구급대원들의 고생이 많은데 음악회를 열어드리면 어떻겠느냐고 하길래 대구 8개 구·군 소방서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듣고선 좋은 일 한다며 대구음악발전포럼에 여러 분이 새로 가입하셨죠. 이런 일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가 사는 도시가 더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박 대표는 초등학교 때 고적대 활동을 계기로 계명대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에서 활동하다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남성 플루티스트는 매우 드문 편이다. 1994년 국내 최초로 플루트 전공자로만 구성된 아울로스 플루트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플루트 예찬론도 잊지 않았다.

"음색이 경쾌하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플루트는 관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가로로 악기를 잡습니다. 저도 처음엔 트럼펫을 배웠다가 음색과 독특한 연주 자세에 매료돼 플루티스트가 됐지요. 처음 배울 때 다른 관악기에 비해 소리가 쉽게 나는 특성도 100세 시대를 맞아 악기를 배우려는 중장년층에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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