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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외도 잡으려다 목숨 건진 남편?

"왜 안 죽지" 아내 혼잣말 녹음, 남편 칫솔에 락스 뿌리는 장면 녹화돼
카톡 열어본 남편 벌금형 선고유예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SNS를 허락 없이 들여다본 남편에게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규철)는 10일 아내 몰래 카카오톡 대화를 들려다 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47)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유예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이메일, 카카오톡, 문자 등으로 처리, 보관,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A씨는 2014년 9월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가 잠든 사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가 다른 사람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는 '늙어서 같이 요양원에 가자', '추석 당일에 연락을 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해당 대화 내용은 아내가 타인과 친밀한 관계로 비칠 수 있는 사적인 대화이며, B씨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불이익한 것"이라며 "B씨가 휴대전화를 잠금 설정해둔 점 등을 종합하면 해당 카카오톡 메시지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B씨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정보통신망법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가 자신의 방에 녹음기 및 카메라를 설치해 아내의 말과 행동을 녹음·녹화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봤다.

평소 위장 통증을 느꼈던 A씨는 지난해 1월 건강검진에서 위염,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A씨는 자신의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난다고 여겼고, 칫솔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는데 퇴근 후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도 확인했다.

아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A씨는 같은 해 2월 5일 자신의 방 서랍장에 설치한 녹음기에서 "왜 안 죽지", "몇 달을 지켜봐야 되지"라는 아내의 혼잣말을 확인했다.

아내에 대한 의심이 더욱 깊어진 A씨는 화장실 내부를 향하도록 카메라를 몰래 설치했고, 아내가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자신의 신체에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검찰에 아내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아내 B씨는 대구지법에서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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