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필터 교환 필요 없는데…" 전기차 시대 카센터 존립 기로

위기의 대구 차동차 산업 생태계…정비업 종사자 2017~2020년 사이 11.6%↓
시대 못 따라가는 車산업…지역선 여전히 내연기관 치중
세계 자동차 업체들 10년 이내 100% 전기차 전환 목표
특성화고·대학 등 교육 변화…車부품사도 인재 확보 나서야

11일 대구 서구의 한 카센터에서 정비기사가 주요 수입원인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오일과 필터 등을 교환한 뒤 점검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1일 대구 서구의 한 카센터에서 정비기사가 주요 수입원인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오일과 필터 등을 교환한 뒤 점검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030년을 기점으로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벗어나 전기차로의 전환을 내세운 가운데 지역의 자동차산업은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자동차업계의 변화로 자동차 부속·수리업체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시대 '카센터의 위기'

대구에서 30여년 동안 자동차정비·부품업에 종사해온 최모(57) 씨는 향후 전기차 전환으로 고객을 잃을까 근심이 크다.

최 씨는 "최근 전기차 증가로 부품 수요가 감소하다보니 한창 잘 될 때와 비교하면 수입이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완성차 업체의 수리보증 프로그램이 중단돼 1차 위기를 맞겠고, 나아가 내연기관 차량을 줄이려는 정부 정책의 여파로 수리를 받으러 오는 차량 자체가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내에 내연기관 차량이 없어질 위기에 놓였지만 대구의 자동차 정비업체들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내연기관차에는 2만~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1만4천~2만 개로 30%가량 적어 관련 일거리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정비업의 경우 현재 주요 수입원인 엔진오일이나 필터 교환이 전기차에선 필요 없게 된다.

자동차정비업 조합단체인 카포스 대구지역 관계자는 "전기차가 막 활성화 된 지금 어려운 건 맞지만 차후에 수소차까지 나온다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정비업 일자리가 줄고 수입도 급감할 것이란 위기감이 있다"며 "그동안 익힌 정비 기술로는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구체적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정비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말 기준으로 대구의 자동차 정비업 업체는 2015년 1천701곳에서 매년 늘어나 2018년 1천750곳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1천740곳, 지난해 1천728곳으로 최근 3년 사이 1.3% 감소했다.

종사자 수 감소 폭은 더 크다. 2017년 5천733명까지 늘었던 종사자는 2018년 5천258명으로 줄어든 이후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5천68명을 기록했다. 2017~2020년 사이 11.6%나 줄어든 것이다.

카센터 관련 이미지. 매일신문 DB 카센터 관련 이미지. 매일신문 DB

◆'10년 후 100% 전기차?'…암울한 미래

대구의 자동차 생태계는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차 생산에 치중돼 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신차 판매 중 내연기관 차의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대구는 수출 제품 중 자동차부품 비중이 가장 높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구 수출액 중 68%가 기계·자동차업종이었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10년 이내 100% 전기차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난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처음으로 적용한 '아이오닉 5'를 공개했다. 나아가 2040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웨덴 볼보 자동차는 지난 2일 2030년까지 생산 차종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GM도 지난 1월 2035년 이후 휘발유·디젤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9년까지 전기차 75종을 출시해 전기차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2018년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를 개발했다.

이는 각국 정부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 환경규제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2030년부터 금지할 예정이고, 노르웨이는 202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한다.

◆교육과 인력육성 방향의 변화 필요

문제는 이러한 자동차시장의 변화에도 지역 교육기관의 대처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대구공업고등학교 자동차기계과 부장 원상수 교사는 "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당장 학생들의 취업이 중요한 특성화고의 입장에선 미래 수요만 보고 인력을 배출할 수 없다"며 "산업계가 먼저 변해야 교육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도 준비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경북에 설치된 자동차학과의 경우 대부분 전임 교원들이 내연기관 관련 전공자인 경우가 많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서장호 경북대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자동차산업계 전반이 전기자동차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몇 년 만에 한 번씩 바뀌는 교과과정이 개편되어야 하고, 그와 맞물려 전기공학을 전공한 신임 교원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아직 대응은 더딘 편이다"고 말했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관계자는 "대구지역의 수많은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변화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100% 시비 지원으로 시작한 '휴스타(HuStar) 프로젝트'의 '혁신아카데미'를 통해 대졸자를 대상으로 기업이 원하는 미래차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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