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4억 들인 '팔공산 둘레길'…아는 이도 찾는 이도 없어

2019년 말까지 총 95㎞ 둘레길 완성…코로나 속 개통 기념행사 못해
브랜드화·관광상품 개발 뒷전…국립공원 승격 추진에 발 맞춰 둘레길 인프라 활성화 목소리

팔공산 전경. 경북도 제공
팔공산 전경.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 명산' 팔공산 전체를 걸어서 한 바퀴 돌며 탐방할 수 있는 둘레길이 완성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아는 시·도민들이 많지 않다. 그만큼 홍보나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 후속조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둘레길 인프라를 활용해 대대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구경북 상생 대표 사업 '팔공산 둘레길'

팔공산 둘레길 조성사업의 출발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경북연구원이 상생협력 과제의 하나로 둘레길 조성을 제안했다.

팔공산 권역의 자연생태·경관자원·역사문화자원을 연계하는 숲길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간 교류를 확대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목적이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팔공산 둘레길 조성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하고 그해 6월 관련 지자체들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와 함께 대구 동구, 경북 경산·영천시, 군위·칠곡군 등 5개 시·군·구가 동참했다.

이후 2019년 말까지 5년간 경북 62억원, 대구 22억원 등 사업비 84억원을 들여 팔공산 둘레길 16구간, 약 95㎞ 조성이 완료됐다.

대구 동구 갓바위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해 경북 칠곡, 군위, 영천, 경산을 통과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순환형 숲길이 완성된 것이다. 이용객과 지역주민의 편의를 위한 구간별 안내판과 통나무다리·계단, 쉼터 및 전망대 등도 설치됐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2018년 1일 교환 근무를 한 뒤 팔공산 둘레길에서 손을 잡고 상생협력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2018년 1일 교환 근무를 한 뒤 팔공산 둘레길에서 손을 잡고 상생협력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코로나19 속 잊혀진 둘레길

하지만 팔공산 둘레길 조성 뒤 후속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나온 기본계획 보고서에는 조성 완료 뒤 브랜드화, 관광상품 개발 등을 통해 둘레길 활성화에 나서기로 돼 있지만 각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5개 시·군·구는 물론, 지역주민 등 관련 주체가 다양한 만큼 '팔공산 둘레길 협의체'를 만들어 전담기구로 두기로 했으나 이런 움직임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 1일 교환근무에 나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둘레길 일부 구간을 탐방하며 상생협력 의지를 다지는 일회성 행사를 진행한 게 전부다.

2019년 말 둘레길 조성 완료 이듬해인 지난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것도 둘레길 활성화에 발목을 잡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해 상반기 중 시·도지사 등 관계 지자체장이 참석하는 둘레길 개통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속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도 예정된 둘레길 홍보와 걷기행사 등 활성화 사업이 전혀 없어 사실상 둘레길은 방치된 상태다. 그나마 대구 동구에 조성된 둘레길에는 일부 정보를 접하고 찾는 이용객이 있지만 나머지 경북 구간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성 완료 뒤 이용객 불편 사항 파악 등 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와 경북도가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을 추진하는 만큼 둘레길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이달 중 양 시·도가 승격 건의를 한 뒤 환경부가 타당성 검토에 나설 때 둘레길 활성화로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국립공원 승격 사전작업 등으로 둘레길 활성화에 힘을 쏟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관련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해 후속조치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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