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구MBC 부지 주상복합 들어서면…범어초교 등하굣길은 '등산로'

초반 400m 구간 경사 급해 '헉헉'…평탄한 구간도 車 피하느라 깜짝
도보로 최소 20분 이상 걸어가야…주민들 "내 아이라면 보내기 싫어"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MBC 부지 일대에 들어서는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사업 예정지에서 범어초등학교로 가는 1.2km 구간의 통학로가 생길 예정이다. 이 통학로는 등산로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상공에서 바라본 야시골 공원 일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MBC 부지 일대에 들어서는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사업 예정지에서 범어초등학교로 가는 1.2km 구간의 통학로가 생길 예정이다. 이 통학로는 등산로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상공에서 바라본 야시골 공원 일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MBC 부지 일대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건축 추진(매일신문 20일·21일 1, 2면 보도)과 관련, 이 단지의 학군이 범어초교로 결정되면 아이들이 열악하고 험악한 등·하굣길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대구MBC 부지 등이 개발될 경우 배정될 초등학교로 범어초교가 고려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구MBC 부지에서 야시골공원을 우회해 범어초교까지 1.2㎞의 길을 통학로로 정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진이 이날 대구MBC 주차장 입구에서 출발해 범어초교 정문까지 걷는 동안 어른이 걷기에도 힘든 경사 구간을 여러 번 만났다.

경사길은 시작부터 나타났다. 주택가 이면도로인 초반 400m는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로 가팔랐다. 길에선 만난 주민 최모(45) 씨는 "여기에 눈이 와서 도로가 얼어버리면 어른도 걸어서 올라가기 힘들다"며 "경사도 급하고 도로도 미끄러워서 다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범어초교 뒷편에서 정문으로 가는 길도 경사도가 만만치 않았다. 이 구간은 '경사도 10%'를 알리는 교통표지판이 있었다. 범어초교를 졸업했다는 20대 여성은 "지금이야 어른이 돼서 견딜만 하지만 어릴 때는 학교 가는 길이 너무 가팔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만약 이대로 통학로가 개설된다면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어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구MBC 정문에서 시작한 범어초등학교 통학로 1.2km 첫 구간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온다. 이 지점을 GPS 고도계로 측정한 표고(해발 고도)차는 76m 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MBC 정문에서 시작한 범어초등학교 통학로 1.2km 첫 구간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온다. 이 지점을 GPS 고도계로 측정한 표고(해발 고도)차는 76m 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평탄한 구간도 불안했다. 도로 양 옆에 주차된 차로 인해 차량 교행이 쉽지 않았다. 보행자는 차를 피하느라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구청은 이 도로를 왕복 2차로로 만들고 인도와 노상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정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보행 안전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주민 김모(83) 씨는 "이 도로 최고 속도가 시속 30㎞인데 실제로 지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이 쌩쌩 다닌다"며 "도로가 정리되면 차들이 더 빨리 달리까 무섭다"고 했다.

대구MBC에서 범어초교 정문 앞까지 도보로 걸린 시간은 15분 47초였다. 초등학생은 20분 이상을 걸어야 할 것으로 예상돼 통학로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민 이모(50) 씨는 "너무 멀고 가팔라 초등학생이 이 길로 가려고 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대구MBC 부지와 그 인근 개발을 준비 중인 시행사 측에서 주차난·교통난 해소를 위해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을 신설하고 범어초교 학생들을 위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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