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또 10게임 같은 번호 ‘몰빵’…대구 북구서 2등 당첨 '6만배 수익'

'인생 역전' 한방 꿈…아파트값 오름세 구매 패턴 변화
1등돼도 한 채 사기 어려워…단돈 1만원으로 6억원 '대박'

8일 대구 한 복권방에서 고객이 로또 번호를 하나의 패턴으로 모두 고정해 10장을 같은 번호로 구입한 로또복권과 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8일 대구 한 복권방에서 고객이 로또 번호를 하나의 패턴으로 모두 고정해 10장을 같은 번호로 구입한 로또복권과 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로또복권 구매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도 아파트 한 채 값에 턱없이 모자라다보니 한 번호로 몰아서 사는 것이다.

지난 3일 대구 북구에서 한 명이 무려 10장을 같은 번호로 올인해 당첨금 6천390만원이 걸린 제957회 로또복권 '2등'에 당첨돼 6억3천900만원을 받았다. 한 게임당 1천원 씩 단돈 1만원(10게임)으로 무려 6만3천900배의 수익률을 거뒀다.

시내 복권방마다 당첨액을 늘리려고 모든 번호를 하나의 패턴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수성구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된다고 해도 집 사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생각에 복권 구매자들이 이른바 '몰빵'을 하는 것이다.

이날 대구에선 21억짜리 로또 1등 당첨자도 3명이나 쏟아졌다. 서구 복권방 3곳에서 총액 63억원의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

서구 비산동 한 복권방에서 만난 20대 청년 A씨는 "부자가 되는 데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는데, 복권 당첨과 주식 거래"라며 "월급 받아서 10억원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월급 모아 집 사는 것이나 로또 당첨되는 것이나 불가능에 가깝기는 마찬가지다. 적은 돈으로 일주일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보니 매주 로또를 산다. 기왕이면 대박이 나길 바라면서 매주 로또를 같은 번호로 10게임 산다"고 했다.

코로나에 지친 서민들이 한가닥 희망을 복권에 걸고 있다. 일자리도 부족하고, 장사하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해 복권판매액은 사상 처음 5조원을 넘어서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에 따르면, 1등 당첨자의 평균 당첨금은 21억원(세전)으로 세금 33%를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약 14억원 중반 수준이다.

15년째 복권 장사를 하는 B씨는 "예전엔 로또를 사면 열에 아홉은 자동으로 많이 구매했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대구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동일한 번호로 수동 구매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고용불안을 느낀 서민들은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며 "복권은 월급과 저축, 주식 투자 등에 비해 시간이나 자금이 훨씬 적게 들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그만큼 사행 심리도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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