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른 척했나요" 포항 '정인이' 외조부 교회 앞 시위

살인죄 적용 소식에 시민들 눈물…양부모 졸업한 대학도 큰 충격

학대를 견디다 못해 숨진 '정인이'의 외할아버지가 목사로 재직 중인 포항 A교회 앞에서 포항시민들이 13일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는 외할머니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도 있다. 배형욱 기자 학대를 견디다 못해 숨진 '정인이'의 외할아버지가 목사로 재직 중인 포항 A교회 앞에서 포항시민들이 13일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는 외할머니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도 있다. 배형욱 기자

13일 오전 10시 30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A교회.

입양모의 비상식적 학대로 숨을 거둔 '정인이'의 외할아버지가 목사로 재직 중인 이 교회 앞은 적막했다. 교회 건물 1층에 외할머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내부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교회 정문 앞에는 30대 여성 2명이 서 있었다. 1명은 피켓을 들고 서 있고, 다른 1명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2명이 피켓을 나란히 들고 서지 못하는 것은 집회 신고가 되지 않아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1인을 초과한 인원이 집회를 하려면 경찰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이 만든 여러 피켓에는 '손녀가 죽도록 내버려 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양부모 살인죄 처벌', '정인아 미안해', '할아버지, 할머니 왜 모른 척하셨어요' 등 원망과 분노가 섞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포항시민인 이들은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라도 나서게 됐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양부모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양모의 공소장을 '아동학대치사' 혐의에서 '살인' 혐의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검찰은 애초 양모가 정인이를 죽일 마음을 갖고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웠지만, 기소 이후 정인이의 사망 원인에 대한 법의학자 검토 등을 거쳐 살인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은 양모가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서로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외할아버지는 성직자, 외할머니는 어린이집 원장이면서도 이를 방관했다는 게 더 화가 난다"며 "외할머니는 지난해 9월 딸의 가슴 수술 때문에 10여 일간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아이 모습이 엉망이었을 텐데, 어떻게 몰랐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이어 "양모의 살인죄 적용은 당연하다. 또한 양부와 외조부모, 입양기관 등 정인이 사건과 연결된 모든 이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인이' 외할아버지가 목사로 재직 중인 교회와 외할머니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 입구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배형욱 기자 '정인이' 외할아버지가 목사로 재직 중인 교회와 외할머니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 입구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배형욱 기자

정인이 양부모가 졸업한 포항지역 B대학도 이날 침울한 분위기를 보였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대학이기에 정인이 사건은 교수·교직원, 졸업·재학생 등 구성원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 대학 교수로서 모든 분 앞에 저희들의 잘못을 참회한다. 잘못 가르쳤다"며 "'인성교육'을 이뤄보고자 했지만 돌아보고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한다.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는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대학 내에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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