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마을금고 살인사건, 수년간 쌓인 '증오의 종착역'

2015년 중순부터 성비위 송사에 휩싸여… 2년간 법정 공방
"사망한 피해자들 복직 후 인사상 불이익 받아… 불만 컸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였어… 안타까운 비극"

24일 흉기난동으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 동구 한 새마을금고에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4일 흉기난동으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 동구 한 새마을금고에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법정 공방이 키운 미움은 결국 비극만을 남겼다. 24일 오전 11시 20분쯤, 손님 한 명 없이 조용하던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한 6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직원 두 명을 살해하고 자신은 음독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새마을금고의 전 임원인 장모(69) 씨. 피해자는 장 씨의 과거 동료직원들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마을금고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시 동구 새마을금고 한 지점의 감사직을 맡고 있던 장씨는 사망한 피해자 최모(여‧39) 씨를 성추행했다는 추문에 휩싸였다. 업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성추행범으로 몰린 장씨는 최씨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2년에 걸친 소송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장 씨는 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자진 퇴사했다.

장씨의 주변인들은 해당 성추행 사건이 실체가 없는, 기획된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또 다른 피해자 배모(48) 씨다. 장 씨의 한 지인은 "장씨가 해당 지점의 비리를 밝혀내는 게 거슬렸을 것이다. 이사장의 측근이자 임원인 피해자 배 씨는 감사를 내쫓을 빌미를 만들려 했을 것"이라며 "장씨는 자신이 '사내정치 탓에 인격적 살인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들의 소송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해당 새마을금고의 전 이사장이 선거에서 지고, 새로운 이사장이 선출된 것. 그러자 몇몇 직원들이 "장씨는 무고하다"는 양심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장씨는 누명을 벗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장씨를 성추행범으로 몰았다는 이유로 최씨와 배씨는 해임 처분을 받았다.

장씨는 지난 2017년 11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경찰과 검찰에서는 허위의 성추행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들에게 무고나 명예훼손의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억울해했다.

장씨의 페이스북 캡처
장씨의 페이스북 캡처

이들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을 통해 지난해 말 복직한 배씨와 최씨는 장씨가 새마을금고로부터 성추행 소송 건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는 과정에서 공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장씨는 변호사비 등 피해 보상으로 받을 금액을 부풀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의 한 임원은 "이들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셈"이라며 "수년 동안 이들 관계를 중재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좋은 결과가 없었다. 만약 셋 중 하나라도 마음 터놓고 소통하려 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음독을 시도한 장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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