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병원 신규 의사 배출 급감, 예상 시나리오는…

수도권 소수 인턴 '싹쓸이'…지방병원 의료시스템 붕괴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바이탈科' 공백…"파장 1년 아닌 5년 간다"
공보의 수급에도 직접 영향 "공공의료 흔들"…경북 318명 공보의 중 84명 내년 만료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지난 8월 대구 시내 한 종합병원 접수·수납 창구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매일신문DB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지난 8월 대구 시내 한 종합병원 접수·수납 창구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매일신문DB

내년도 의사 배출을 위한 국시 실기시험이 최근 종료된 가운데, 전체 대상 의대생의 86%는 끝내 응시하지 못했다. 현재로선 연내에 추가 재응시 기회는 없어 보인다. 내년 초 필기시험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다,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도 만만찮아 정부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고대로 의사 국시가 재응시 없이 이대로 마무리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내년도 의료현장 및 공공의료 분야의 인턴 인력 급감에 다른 파장은 한 해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2천700명이라는 신규 의사 공급 부족은 그 다음해부터 레지던트 수급에도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의료인력 수급이 정상화 되기까진 5년가량 걸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규 의사 배출 급감에 따라 발생되는 예상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소수 인턴 인기科 쏠림 '지방병원 흔들'

올해 의사국시 실기시험 응시 의사를 밝혔던 인원은 446명. 여기에 지난해 국시 재수생과 공중보건의사를 마치고 인턴으로 복귀하는 인력을 다 합쳐도 인턴으로 근무 가능한 인력은 최대 1천명을 넘지 못한다. 예년 3천여명 배출에 비하면 3분에 1에도 못미친다.

이러한 인턴 인력 급감은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과 수련병원에겐 그야말로 '재앙'처럼 다가온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이른바 '빅5 병원'이 소수의 인턴을 '싹쓸이'할 것이고,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나머지 인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방 대학병원 상당수는 자칫 인턴을 1명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대구지역 주요병원의 인턴 모집 정원은 ▷경북대병원(칠곡 포함) 71명 ▷영남대병원 47명 ▷계명대 동산병원 44명 ▷대구가톨릭대병원 34명 ▷대구파티마병원 22명 등이다. 대구는 4개 의대 본과 4학년생 99%가 국시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소수의 국시 합격자들은 선호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무혈입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칫 지방의 수련병원은 인턴을 구경조차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여파는 한 해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도 소수의 인턴 인력은 그 다음해 전공의(레지던트) 선발에도 똑같은 양상을 나타낸다는 것. 레지던트 1년차 지원자가 적다보니 인기 있는 과(科)로 쏠리고, 기피과는 공백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오는 12월 말에 시작되는 전공의 모집에서도 이러한 전조가 보인다. 올해 인턴 과정을 마치는 수련의들이 떨어질 것을 감수하고 인기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교육수련실 관계자는 "기존 인턴 중에서 내년 한 해를 쉬면 내후년에 원하는 전공과를 골라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그렇다보니 올해부터 당장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하는 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내년도 인턴 급감은 그 다음해 레지던트 모집에서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기형적인 의료인력 수급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공백이 발생하는 기피과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등 생명과 직결된 '바이탈 분야'에 집중된다. 의료계에선 이들 바이탈과의 공백은 곧 의료대란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대구 한 사립대학 병원장은 "정부가 의료정책을 내세우며 공공의료 확충과 특정 전공과 쏠림 불균형을 막겠다고 했지만, 의료인력 배출을 막으면서 오히려 의료시스템 붕괴를 조장하는 형국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북지역 보건지소 등 공보의 부족 여파도

신규 의사 배출 급감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배출과도 직결돼 지역사회 공공의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보의로 버티고 있는 보건소, 보건지소는 당장 내년부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지역의료 공백 우려가 높다.

올해 의사국시 재응시 불발의 여파는 공보의 수급과도 직결되는 구조다. 의료계에 따르면 일단 소수지만 국시 응시생 상당수가 텅빈 인턴 자리를 채우고, 전공의를 마친 전문의들만 공보의로 지원한다고 해도 약 400명이 부족하다.

최근 3년간 신규 의과 공보의 배정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512명 ▷2019년 663명 ▷2020년 742명으로 평균 639명이었다.

이 중 의사면허를 바로 취득하고 군 입대를 할 경우 배치 받는 일반의는 ▷2018년 385명 ▷2019년 387명 ▷2020년 345명으로 매년 신규 의과공보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국시 결시로 인해 2021년도 공보의 인력 공백을 380명에서 400명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23개 시·군에 의과 공보의는 ▷보건소 및 보건지소 276명 ▷공공병원 27명 ▷지역 응급의료기관 15명 등 모두 318명이 배치돼 있다. 이 중에 내년에 복무 만료인 공보의는 84명으로 집계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선 내년도 만료되는 공보의 대비 신규 인력이 줄어도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서 "1명의 공보의가 여러 보건지소를 순회 진료를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의료계에선 보건지소 근무 중인 공보의 수급도 문제지만, 격오지 의료기관에 배치된 공보의가 빠지면 응급의료 공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격오지 의료원에서 공보의로 근무했다는 한 개업의는 "현재 공보의가 배치된 병원의 공통점은 공보의가 없으면 응급실 운영을 이어갈 수 없는 곳"이라며 "이곳에 공보의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응급실 폐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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