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불법성토 모자라 협박까지 '무법천지 팔공산'

제보자로 의심받던 주민, 공갈‧협박 등 폭행에 시달려
불법성토 키운 허술한 단속망, 동구청장 측근 개입 의혹

지난달 24일 대구 동구 능성동 한 농지에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동원돼 불법 성토가 이뤄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달 24일 대구 동구 능성동 한 농지에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동원돼 불법 성토가 이뤄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신중언 사회부 기자 신중언 사회부 기자

"수개월간 민원을 제기해도 구청은 무관심이고요. 기사가 나간 뒤엔 곧바로 보복이 돌아왔어요."

가히 '치외법권지역'이다. 최근 불법성토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대구 동구 능성동 얘기다. 행정당국의 단속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는 현장 취재 당시에도 느껴졌다. 구청과 경찰은 능성동 주변 불법성토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불법성토로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진 능성동 369-2번지를 찾은 것은 8월 말쯤이었다. 관할 대구 동구청의 허술한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토와 각종 건축폐기물을 실은 대형트럭들은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과 거리가 먼 도로 한편에서 속도·신호 위반차량만을 단속할 뿐이었다. 정작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대형트럭의 과속지점에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덕택에 트럭들은 중앙선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달렸다.

취재 과정에서 지주로 알려진 A씨와 배기철 동구청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B씨와 통화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지주 A씨는 "낮은 땅을 성토해서 전원주택지로 조성하는 중"이라며 불법 사실은 완전히 무시한 채 큰 사업을 한다는 설명만 이어갔다. 한술 더 떠 B씨는 "내 후배가 하는 사업이다. 날 봐서라도 한 번만 그냥 넘어가주면 안되겠느냐"며 취재진을 회유하기까지 했다.

불법성토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부동산업자 C씨와 관련된 소문도 능성동에서는 기세등등했다. 본지 보도 이후 C씨가 불법성토 기사를 쓴 기자를 따끔하게 교육시켰고 다 구워삶았으며 경찰, 검찰 상부에도 손을 써 놓았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었다.

본인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극구 부인했지만, 주민들은 이 말을 공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불법성토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일부 주민들은 공갈과 협박 등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250만 대구시민의 허파이자 편안한 쉼터인 팔공산이 불법성토와 협박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

행정기관은 단속에 고삐를 죄야 하고, 사정기관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사건의 내막이 낱낱이 밝혀지고 정의롭고 공정한 후속조치가 뒤따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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