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평생 애썼으니…마지막은 고요하게

'연명의료 결정제도' 2018년 도입 이후 72만여명 신청
심폐소생술 등 인위적 생명연장 거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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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 하지만,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마지막을 고통 속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리라. 고통 없는 안락한 죽음은 누구나 바라는 임종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나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은 죽음이 아닌 '삶의 문제'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에 대해 스스로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판단일 것이다.

◆성인이면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가능

적극적인 구명(求命) 치료는 사망의 과정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누구라도 이를 중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자가 회생 가능성 없이 사망 과정에 들어선 다음에는 일련의 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자연스러운 사망 시기를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단순한 연명(延命)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이나 체외생명유지술, 항암제 및 혈압상승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등으로 치료가 아닌 임종 기간을 연장시키는 시술을 뜻한다.

연명치료결정법에 따라 누구나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미리 남겨놓을 수 있다. 연명의료를 거부하고자 하는 의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대구지역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와 달성군보건소, 대구의료원 등이며, 지난달 영남대의료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는 첫 지정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면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본인 확인 후 1대 1 상담을 통해 작성할 수 있고,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담당의사와 상의해 남겨놓을 수 있다.

물론 이미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라 할지라도 작성자는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이러한 의향서와 계획서를 바탕으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려면 3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있는 병원의 담당의사와 전문의가 해당 환자가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받더라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인지를 판단한다.

2단계는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 또는 환자가족의 의사를 확인한다. 만약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다면 가족 2인 이상이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동일하게 진술하거나,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의사를 표시하고 담당의사와 전문의가 이를 확인한다.

이후 3단계로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한다.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통증을 완화하는 약제, 영양분, 물과 산소 공급은 이루어진다.

◆품위 있는 죽음의 권리 '존엄사', 안락사와는 달라

품위 있는 죽음의 권리로 불리는 '존엄사'는 연명치료결정법을 통해 국내에서도 합법화 됐지만, 종종 '안락사'와 혼동한다.

두 가지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안락사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 공급, 약물 투여 등을 중단함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경희 영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연명치료결정법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물, 산소 공급은 중단하지 않는 만큼 소극적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회복이 불가능한 단계에 처했을 때 자연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의사의 생명유지 의무보다 더 중시하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죽음에 대한 언급을 꺼리던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언장 정도에 그쳤던 생애 말 준비 과정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들어왔고, 웰다잉에 대한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이 교수는 "가족들이 알리지 말라고 해서 환자가 자신의 병명을 모르고 사망하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며 "환자 존중의 차원에서 죽음을 앞두고 자기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도록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최근 발간한 '연명의료결정제도 연보'에 따르면 연명의료 거부로 존엄사를 맞이한 환자가 11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거부한 연명의료 행위는 심폐소생술이었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이후 2020년 7월까지 11만2천239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다.

가장 많이 택한 연명의료 중단 유형은 연명의료계획서가 3만6천815명(32.8%)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가족 2인이상 진술 3만6천741명(32.7%) ▷환자가족 전원 합의 3만5천968명(32.1%) ▷사전연명의료계획서 2천715명(2.4%) 순이었다.

또 지난해까지 존엄사를 택한 사람이 가장 많이 거부한 연명의료행위는 심폐소생술로 99.5%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인공호흡기 착용 85.9% ▷혈액투석 83.7% ▷항암제 투여 61.8% ▷체외생명유지술 34.4% ▷혈압상승제 투여 23.5% ▷수혈 17.2% 등의 순으로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움말 영남대병원 연명의료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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