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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4년, 첫 삽도 못 뜬 재건축

아직도 빈터로 남은 현장…상인들 '공용 공간' 자리싸움
市·중구청 행정력 부재도 한몫…입주까지 빨라도 3~4년 걸리듯

화재 사흘만에 서문시장을 삼켰던 불길이 멈춘 뒤 서문시장 상공에서 바라본 4지구 건물의 모습. 일부가 화재로 붕괴돼 있다. 매일신문DB
화재 사흘만에 서문시장을 삼켰던 불길이 멈춘 뒤 서문시장 상공에서 바라본 4지구 건물의 모습. 일부가 화재로 붕괴돼 있다. 매일신문DB
2016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가 재개발 진척 없이 방치되고 있다. 매일신문DB
2016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가 재개발 진척 없이 방치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3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다소나마 활기를 되찾은 아진상가를 지나치자 커다란 철제 안전펜스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녹이 슨 펜스 아래에는 의류 노점상이 다닥다닥 붙었고, 위쪽으로는 '4지구 대체상가 베네시움 입점'이라고 적힌 낡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16년 대화재로 전소된 서문시장 4지구 빈터. 현재까지도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펜스 너머는 마치 사막을 연상케 하는 황량한 모래바닥 뿐이었다. 한때는 수많은 인파로 붐비던,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서문시장 4지구에서 화재가 일어난 지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재건축 사업은 속도는 내지 못하고 있다.

1지구와 복합개발 논란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던 재건축 사업은 화재 1년 2개월 만인 2018년 1월 4지구 단독 재건축 추진위가 발족하면서 급물살을 탔지만 이후 갖가지 불협화음으로 현재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사업이 늦어진 원인은 먼저 대구시·중구청의 행정력 부재가 꼽힌다. 사업 초기 추진했던 1지구와의 복합개발안이 1년여 시간을 끈 뒤 무산됐고, 이후 사실상 사업을 추진위에만 맡겨둔 채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4지구 상인 간 의견차도 원인이 됐다. 새로 지어질 건물의 점포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공용 공간 위치를 놓고 지리한 자리싸움을 벌였다. 829명에 이르는 점포 소유주들을 설득하고 중재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다른 지구 노점 상인들과 갈등도 빚었다. 4지구가 서문시장 한복판에 있는 탓에 사업이 시작돼 공사 차량이 시장에 드나들 경우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타 지구 상인들의 논리였다. 이들은 이 문제로 200여 건의 민원을 중구청에 접수했고 추진위는 진·출입로 계획을 10번 이상 수정해야 했다.

늦어진 재건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건 4지구 상인들. 이들 중 일부는 대체상가로 지목된 베네시움에서, 나머지는 서문시장 다른 지구에 흩어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베네시움에 입점했던 점포들은 유동인구 부족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속속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250여 곳에 이르던 입주 점포가 100여 곳까지 줄어들면서 애초 4층까지 쓰던 공간도 1층으로 축소됐다.

다른 지구로 흩어진 상인들은 임차료 부담에 신음한다. 점포를 소유하고 영업하던 4지구 시절과 달리 더부살이를 하며 매달 수백만원의 임차료를 내야 해서다.

재건축 추진위는 입주까지 빨라도 3~4년가량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올해 10월 조합을 만들어 내년 2월 시공사를 결정하는 게 목표"라며 "4지구가 시장 중심부에 있어서 타 지구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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