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故 최숙현 동료들 "감독과 주장의 왕국…온갖 가혹행위 난무"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동료의원 체육·시민사회 단체 "진상규명" 촉구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추가 피해자 2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요청에 답하기 위해 모인 단체'로 모인 40여개 스포츠·시민단체는 가혹행위 속에 세상을 떠난 최 선수에게 애도를 표하며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오늘은 고 최숙현 선수가 하늘로 떠난 지 열흘째 되는 날"이라며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주신 언론인 덕분에 뒤늦게나마 문체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 관련기관들이 전담팀을 꾸려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김모 감독과 선수 등 가해자들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과 함께 같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동료 2명이 연단에 섰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입을 열었다.

이들은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 상습적인 폭행·폭언을 일삼았다.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 시켰다. 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 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덧붙였다.

금전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대회 성적에 따라 나오는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 마다 나오는 지원금도 80∼100만원 가량을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강요 받았다는 것.

이들은 고인이 고소장에서 언급한 이른바 '식고문'의 정황도 소상히 증언했다.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또 먹고 토하도록 시켰다.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다. 20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술자리에 불려가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팀의 한 선수를 지목했다.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았다.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 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그 선수의 폭력·폭언에 항상 노출돼 있었고 제 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다. 그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하며 서로 이간질을 했다"고 증언했다.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했다"는 등 충격적 증언도 나왔다.

현재 연락이 두절된 팀닥터의 폭행 의혹에 대한 증언 뿐 아니라 성희롱 의혹까지 제기했다.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주 경찰서 참고인 담당 수사관은 "최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으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 디딘 팀이 경주시청이었고 감독과 선배 선수의 억압과 폭력이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에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다"면서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숙현이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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