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故 최숙현 피해호소에도 4개월간 '뒷짐'

2월 조사계획만 세우고 사망 때까지 가해자 조사 단 1차례도 안해
경찰조사 지켜보겠다며 미루다 5월 검찰송치 뒤에도 아무런 조치 없어

가혹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경주시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이 2일 경주시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원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도훈 기자 가혹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경주시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이 2일 경주시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원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도훈 기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감독 등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경북 경주시가 최 선수의 도움 요청을 수 개월 동안 방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선수는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다 올해 부산시체육회로 팀을 옮겼다.

최 선수 아버지는 지난 2월 6일 경주시를 찾아 최 선수가 훈련 중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조치를 호소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A 감독과 선수 2명이 포함된 경주시청 팀은 1월 17일부터 3월 16일 일정으로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떠난 상태였다.

결국 이들에 대한 조사는 미뤄졌고, 최 선수와 같은 시기에 경주시청 팀에서 활동했던 선수 4명에게 1차례씩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한 게 전부였다. 더욱이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뒤에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주시 측은 "코로나19로 귀국이 3월 말로 늦어진데다 귀국 이후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격리 해제 시점엔 이미 경찰 조사가 시작돼 결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경찰이 A 감독 등 가해자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도 경주시 차원의 조사나 인사 조치는 없었다. 해당 민원에 대한 조사 결과보고서는 아예 작성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가 최 선수의 호소를 방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경주시의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달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애도문에서 "폭행당사자인 팀닥터(운동처방사)와 경주시는 계약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팀닥터' 혼자가 아니라 경주시청 팀 감독과 선수도 포함돼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주 시장과 경주시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주 시장은 현재 해당 게시글 공개 범위를 '전체'에서 '친구'로 바꾼 상태다.

한 경주 시민은 "경주시장 자신과 경주시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을 시장 스스로와 관련 공무원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낙영 경주시장 페이스북 주낙영 경주시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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