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줄소송…" 지역사회 갈등만 남긴 '공원 일몰제'

녹지 지켰지만… 빚, 갈등, 줄소송 남아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던 각종 파열음
사업 막바지 이르러서도 계속 이어져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대구시와 갈등을 빚은 범어공원 지주 대책위원회가 수성구 황금동과 범어동 일대에 현수막을 내건 모습. 매일신문DB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대구시와 갈등을 빚은 범어공원 지주 대책위원회가 수성구 황금동과 범어동 일대에 현수막을 내건 모습. 매일신문DB

대구시의 장기 미집행 공원 조성사업이 녹지를 지켜낸 반대급부로 심각한 재정 부담에다 갈등과 줄소송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1천205만㎡ 중 도시계획 시설사업과 민간특례사업, 협의매수 등 갖가지 방식을 동원해 절반이 조금 넘는 655만㎡의 공원을 유지했다. 최대 관심지역인 범어공원을 비롯해 도심 공원과 녹지는 대부분 지켜냈다.

그러나 보상과 토지 매수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갈등도 적지 않을 조짐이다.

◆ 끝나지 않는 파열음

범어공원 협의매수가 모두 마무리된 7월 현재까지도 일부 지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존치시키며 대구시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회의를 열고 지주조합을 꾸려 자체 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협의매수가 끝났지만 범어공원 개발 논의는 끝나지 않은 셈이다.

김익호 범어공원 지주 비상대책위원회 이사는 "지주조합을 꾸려 대구시와 협의, 20%의 부지에서 아파트 등을 짓는 대신 나머지 80%에 공원을 조성,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아직 대구시가 매입하지 않은 땅들이 상당하고, 지주 역시 100여 명 남아있다. 난개발도 막고 사유재산권도 지킬 개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구시의 입장은 강경하다. 대구시 장기미집행공원조성추진단 관계자는 "범어공원은 애초 민간개발을 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생태적 가치가 있는데다 문화재 보존지역도 광범위하다"며 "이미 대구시가 곳곳에 공유지분을 확보했고, 녹지 보전이 우선이므로 개발에 동의할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던 갈산공원은 이중규제 논란 끝에 아예 사업이 무산되면서 16만7천여㎡에 이르는 공원 전체가 실효됐다.

애초 갈산공원 민간공원특례사업 시행자였던 A사는 부지 전체를 사들인 뒤 30%를 상가 등 비공원시설로 개발하는 대신 그 수익으로 70%에 공원을 조성, 대구시에 기부채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갈산공원이 대구대공원, 구수산공원 등 다른 민간공원특례사업 대상지와 달리 성서산업단지 내 부지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도시공원법'에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까지 적용받으면서 개발 이익을 볼 수 없게 된 사업 시행자가 두 손을 든 것.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건 지주들이다. 갈산공원은 의무 녹지비율이 있는 산업단지 특성 상 공원이 실효돼도 제대로 된 개발은 불가능하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됐거나, 사업이 이른 시점에 무산돼 도시계획 시설사업이라도 이뤄졌다면 받을 수 있었을 보상금조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A사 관계자는 "청주 월명공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며 사업이 계속 추진됐지만 대구시는 모호한 답을 내놓은 탓에 결국 수익성 문제로 사업이 좌초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지가상승분 부담 여부에 대해 명확히 내려진 답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보상을 받지 못한 지주들을 위해 산업단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대구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범어공원 지주 대책위원회가 수성구 황금동과 범어동 일대에 현수막을 내걸었던 모습. 매일신문DB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대구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범어공원 지주 대책위원회가 수성구 황금동과 범어동 일대에 현수막을 내걸었던 모습. 매일신문DB

◆ "내 땅 맹지 됐다" 지주들 눈물

대구시가 사업비 절약을 위해 도로와 인접한 일부 필지만 보상해 '맹지'를 만들거나, 아예 보상금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지주들의 목소리도 높다. 취재진이 만난 상당수의 지주들은 대구시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대구시는 단양 우씨 종중이 공동 소유한 달서구 상인동 33만3천624㎡ 면적의 땅 중 앞산순환로와 맞닿은 5만7천717㎡만 보상금을 주고 수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와 맞닿은 필지만 보상하면 나머지 부지는 개발 가치가 떨어지는 맹지가 돼 공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종중은 달서구청에 제척 의견을 제출해 해당 토지를 공원 부지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이들은 관 주도로 토지를 매수하면 실거래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이 책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기준 이곳 개별공시지가는 1㎡ 당 5천520원 수준.

단양 우씨 종중 관계자는 "인근 월광수변공원 일대는 건물 면적 1㎡ 당 151만원 안팎에 거래되는데, 우리 땅은 그보다 도심에 가깝고 접근성도 좋다"면서도 "대구시가 진입로 일대만 사들이면 개발 가치가 터무니없이 낮아진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가 제시하는 보상금 수준에 불복하고 분쟁을 이어가는 지주들도 상당수인 실정이다.

범어공원 지주 이동호(61) 씨는 최근 3.3㎡ 당 300만원 수준의 보상금을 받고 대구시에 땅을 내줬다. 소유한 토지가 범어공원 도시계획 시설사업 1단계 대상 부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바로 옆 아파트가 3.3㎡ 당 3천만원 수준인데, 아무리 임야라도 300만원 수준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 현재 국토부 수용재결을 받는 중이며, 향후 행정소송까지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로고분공원에 선산을 둔 일직 손씨 문중 관계자도 "선산을 옮기려면 다른 땅을 구입하고 이장까지 비용이 많이 든다. 납득할 수 있는 보상금을 받는다면 모를까, 대구시가 단순히 강제수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면서 "적당한 보상금을 받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향후 본격적인 보상이 시작되면 행정소송을 비롯해 갈등이 이어질 경우 공원일몰제의 여파가 수 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시설사업 자체가 강제수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분쟁은 불가피한 형편"이라며 "다만 보상금은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되는 탓에 예산 부족으로 감정평가 액수를 조정하는 일은 없다. 지주가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공탁을 통한 사업 집행이 가능하며, 8~9월까지 지장물 조사를 마친 뒤 10월부터 대구도시공사에 위탁해 보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의 모습. 범어동에서 황금동까지 113만㎡ 크기로 축구장 150여개 면적에 달한다. 매일신문DB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의 모습. 범어동에서 황금동까지 113만㎡ 크기로 축구장 150여개 면적에 달한다. 매일신문DB

◆ 시설 조성에도 적잖은 비용 예상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로 대구시의 '예산 부족'이 꼽힌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구시가 어떻게든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탓에 기존 지주들과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

더욱이 도시계획 시설사업으로 지켜낸 공원들에는 토지 보상금에 더해 주차장과 광장, 산책로 등 공원시설 조성공사도 계획돼 있다.

범어공원에는 광장과 어린이놀이터, 공중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2단계 사업을 통해서는 넓은 조경 휴게공간과 광장, 다목적 운동장 등이 만들어진다. 장기공원에도 4천344㎡ 규모의 주차장이 들어서고, 연암공원에는 2천170㎡의 숲속 쉼터가 생긴다. 이 밖에도 대부분 공원에는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산책로 등이 계획됐다.

대구시는 해당 사업에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7월 현재까지 남아있는 3천억여원으로 진행한다. 보상에도 빠듯한 금액을 공원 조성공사에까지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녹지 보전이 최우선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이므로 공원 시설 조성사업은 최소화한의 편의시설만 조성하는 탓에 재정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획탐사팀 = 홍준헌 김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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