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 선수를 폭행한 의문의 '팀닥터'…의료면허 없어

선수 돈으로 임시고용한 운동처방사…감독은 '선생님'이라고 불러
건강문제로 경주시 조사 거부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의 2016년 증명사진. 연합뉴스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의 2016년 증명사진. 연합뉴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4명 중 1명인 '팀닥터' A씨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주시체육회에 따르면 A씨는 전지훈련이나 경기 때 물리치료나 체중관리 등 훈련을 돕는 운동처방사로 선수들이 돈을 내 고용했다.

A씨가 경주시체육회 소속도 아니고 선수단이 임시로 고용하는 운동처방사였는데, 자신을 고용한 선수를 폭행한 셈이다.

이 때문에 실제 A씨의 팀 내 권한 감독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A씨는 엄밀히 따지면 팀닥터가 아니었음에도 트라이애슬론 팀 안에서 팀닥터로 불렸다.

통상 팀닥터는 운동 경기에서 선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가리키지만, A씨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면허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는 A씨에 대해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는 '팀닥터'는 의사가 아니다"라며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최 선수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등지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연합뉴스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최 선수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등지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연합뉴스

감독과도 상당한 친분 관계가 있거나 감독이 A씨를 윗사람으로 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도 포착된다.

최 선수가 숨지기 전 모아온 녹취 파일에는 A씨가 자신을 고용한 선수단을 폭행하고, 감독과 A씨의 관계를 짐작케 할 만한 정황이 담겨있다.

A씨가 최 선수에게 "너는 나한테 두 번 맞았지? 왜 맞아야 돼"라고 하거나 "이리로 와. 이빨 깨물어"라며 때린 것으로 나온다. 다른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라고 한 뒤 때리는 소리도 녹음됐다.

이 때 감독은 A씨를 말리며 "참으십시오,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다그치는 A씨에게 "한 잔 하시고, 선생님. 콩비지 찌개 제가 끓였습니다"며 달래기도 했다.

녹취록과 녹음파일을 보면 곳곳에서 선수들은 물론 감독이 A씨에게 쩔쩔매는 듯한 모습들이 보인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이번 사안을 조사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했지만 건강 문제로 나올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 선수는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A씨로부터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복숭아 1개를 먹고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례,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한 행동,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 온갖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구지검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경찰로 건네받은 수사 자료를 검토한 뒤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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