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로 급증한 플라스틱 커피뚜껑에 머리 낀 비둘기, 결국

코로나19 예방의 한시적 대안으로 떠오른 일회용 플라스틱

멸종 위기 해양 동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한 나머지, 몸 안에서 플라스틱이 걸려 죽어나간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최근 도심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일어났는데요. 다행히 시민들의 도움으로 동물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7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불미골 네거리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뚜껑이 씌어진 채 전봇줄에 앉아 있는 비둘기가 보였습니다. 비둘기가 고개를 두리번거릴 때마다 커피뚜껑은 비둘기의 목에 걸려 걸리적거리고 불편해보였습니다.

플라스틱 커피뚜껑에 머리가 낀 채 전봇줄에 앉아 있는 비둘기. 페이스북 캡처
플라스틱 커피뚜껑에 머리가 낀 채 전봇줄에 앉아 있는 비둘기. 페이스북 캡처

잠시 뒤 비둘기는 커피뚜껑이 목에 걸려 날기 불편한지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 앞에서 날지도 않고 서성이기만 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머지않아 비둘기가 굶어죽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비둘기가 날지도 않고 도로가를 거닐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 이어졌죠.

온라인에서 커피뚜껑이 씐 채 걷고 있는 비둘기가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페이스북 캡처
온라인에서 커피뚜껑이 씐 채 걷고 있는 비둘기가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페이스북 캡처

결국 익명의 한 시민이 이 비둘기를 소쿠리로 잡아 커피뚜껑을 빼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비둘기 머리에 커피뚜껑이 완전히 걸려 있어서 뚜껑을 가위로 오려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의 시민이 결국 가위로 오려내어 비둘기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스북 캡처
익명의 시민이 결국 가위로 오려내어 비둘기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스북 캡처

누리꾼들은 "평소 비둘기가 무서워서 직접 도와주지는 못했는데 도와주신 시민분께 정말 감사하다. 복 받으실 거예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환경부가 지난 1월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 고시에 따라 각 지자체장 재량으로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플라스틱 컵에 머리가 끼여 괴로워하고 있던 비둘기가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게 아닐까요?

날씨가 더워져 카페를 찾는 이들도, 코로나19로 불안해 카페 안에서도 일회용컵에 담아 달라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개인의 위생과 감염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으로 실시했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다회용컵 사용으로 전환했습니다.

혼자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개인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정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면 다 사용한 뒤 쓰레기통에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업들도 코로나19와 연관한 상품만 내놓아 편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함께해봐야 합니다.

정부도 코로나19 상황에 시민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환경도 고려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일회용컵 사용만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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