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납금 못 채우자 기사 떠나…사라지는 대구 법인택시

5월말 기준 휴지 신청 법인택시 1천대 넘어…전체 20% '운행중단'
생계형 기사들·차량 70대 이하 영세업체 많아 경제적 위기에 큰 타격

1일 오후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 개인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일 오후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 개인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내 법인택시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회사납입금을 채우지 못해 기사들이 떠나고, 경영이 힘들어진 법인택시업계는 택시 휴지 신청을 하고 있어서다.

1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역 북편 택시승강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는 모두 8대. 이 중 법인택시는 한 대도 없었다. 비슷한 시각 동대구역 앞에도 70대가 넘는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며 늘어서 있었지만 법인택시는 10대뿐이었다.

대구시내에 등록된 개인택시는 1만여 대, 법인택시는 절반 수준인 5천~6천여 대다. 이 가운데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쉬겠다며 휴지 신청을 한 개인택시는 28대에 불과했지만, 법인택시는 1천 대가 넘었다. 전체 법인택시의 20%에 달하는 택시가 휴지 신청을 한 셈이다.

법인택시 찾기가 어려워진 것은 택시기사 수 감소세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올 1월 대구의 법인택시 기사 수는 5천200여 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운송업 등 다른 직종을 찾아 떠난 기사가 1천 명을 넘는다. 휴지 신청은 안했더라도 운행하지 않고 차고지에 세워놓은 법인택시도 500여대나 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의 경우 노후에 소일거리나 여가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인택시는 생계형 기사가 대부분"이라며 "지금처럼 힘든 시기를 버티지 못해 다른 일을 찾아 떠나 돌아오지 않는 기사가 많다"고 했다.

남아 있는 기사들도 회사납입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법인택시 회사도 경영이 어렵긴 매한가지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회사에서는 기사의 4대 보험료, 연료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든다. 기사들은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을 하더라도 승객이 없다 보니 입금이 안 돼 회사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구 법인택시업계는 영세한 곳이 많아 타격이 컸다. 업계는 택시 보유대수가 70대는 넘어야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보지만, 대구의 89개 업체 중 택시 보유대수 70대를 넘는 업체는 32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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