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 "대단한 잘못인지 모르겠다…日추가지원 중단"(전문)

영상 브리핑을 진행 중인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시 제공 영상 브리핑을 진행 중인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가 일본 자매 도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자를 지원해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낙영 경주시장이 25일 "해외자매도시 방역물품 지원이 뭐그리 대단한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예정됐던 일본지역 추가 지원은 중단키로 했다.

경주시는 지난 21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 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방호복 1천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천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후 자매결연 도시 오바마시, 우호 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에도 방호복과 방호용 안경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경주시와 주 시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주 시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주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일본의 자매·우호도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하게 된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판단이었다"며 "우리 시의 국제교류팀장이 수시로 해외자매도시 실무자들과 전화를 하면서 서로 안부도 묻고 정보를 교환한다. 그러던 차에 일본의 지자체 공무원이 자기들은 방호복이 없어 의료진이 비닐우의를 뒤집어쓰고 환자를 돌보고 있는 처지라는 딱한 사정을 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에 수출 금지품목인 마스크를 보낸 일도 없고 국민혈세를 낭비하지도 않았다. 방호복은 법적 의무 비축물자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향후 예정됐던 일본 도시들에 대한 지원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일본의 다른 우호·자매도시에 지원하기로 했던 방역물품 지원계획은 취소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때는 국민정서를 감안하여 매사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관계의 조속한 복원과 정상화가 양국의 미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지자체 차원의 교류와 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주 시장의 입장문 전문이다.

〈오직 경주시민만 바라보고 가겠습니다> 주낙영

모처럼 송화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흥무대왕 김유신장군이 잠들어 계신 곳입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주는 언제나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이곳에서 신라천년의 찬란한 문화가 꽃피었고 지금 26만의 시민들이 저마다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경주시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시정에 적극 협조해 주시는 참 고마운 분들이십니다.

그런 시민들께 제가 큰 심려를 끼쳐드려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에게 쏟아지는 개인적인 비난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만 저로 인해 우리 경주시와 경주시민 전체가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 일본의 자매·우호도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하게 된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우리 시의 국제교류팀장이 수시로 해외자매도시 실무자들과 전화를 하면서 서로 안부도 묻고 정보를 교환합니다.

많은 곳에서 한국의 코로나 방역대책을 칭찬하면서 특히 경주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해서 자료를 만들어 각국 언어로 번역을 하고 응원영상도 제작을 해서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일본의 지자체 공무원이 자기들은 방호복이 없어 의료진이 비닐우의를 뒤집어쓰고 환자를 돌보고 있는 처지라는 딱한 사정을 전해 왔습니다.

마침 우리 경주는 원전소재 지역이라 여분의 방호복을 많이 비축하고 있습니다. 이 방호복이 유효기간 3년이 다되어 교체를 해야할 시점이라 대구, 경산을 비롯한 여러 이웃 지자체에 지금까지 2만 6천 세트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가로 예산이 들지 않는 일이라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자매·우호 지자체에도 좀 보내주면 좋겠다고 지시를 했던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방호복을 보낸 나라시는 평성시대 일본의 수도로서 역사도시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지난 1970년에 자매결연을 맺은 이래 아주 긴밀한 교류를 해 온 사이로서 양시의 역대 시장, 시의장, 상공회의소장들은 모두 서로 명예시민이 되어 우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7월에 자매결연 50주년 행사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행사를 취소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에 우정의 표시로 방호복 1200세트와 고글 1000개를 지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경주가 어려울 때마다 나라시로부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상세하게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물질적인 지원보다도 더 중요한 게 마음입니다. 나라시는 98년 경주세계엑스포 때 두 대의 전세기를 띄어 손님을 보내주었고 치벤학원에서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45년간 해마다 수학여행단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자기네 조상들이 지은 식민지배의 만행을 사죄하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랍니다.

이번에 똑같이 방호복 세트를 보낸 교토시는 한해 5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입니다.

토쿄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천년동안이나 천황이 거주했던 옛 일본의 수도로서 우리 시와는 지난해 우호도시 협정을 맺었습니다.

양국의 천년고도를 잇는 크루즈 뱃길을 연다면 연간 수만 명의 관광객이 경주를 찾을 수 있기에 우리 시가 역점을 기울여 협의를 해 오던 중 한일관계의 악화로 잠시 주춤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번 방역물품 전달에 대한 교토시민들의 감사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 지는 교토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해외자매도시에 방역물품(그것도 어차피 곧 폐기처분되어야 할) 몇 점 보내 도움을 준 게 무어 그리 대단한 잘못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위기 끝나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경제도 하고 관광도 해야할 사이 아닙니까?

저도 오만방자한 아베 극우정권 무척 싫어합니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공공연히 혐한 감정을 자극하는 일본 극우세력을 혐오합니다.

지난 2005년 제가 경상북도 자치행정국장으로 재임할 때 당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시마네현과의 교류단절을 과감히 선언하고 주도했던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런 제가 토착왜구 소리를 듣다니 참 기가 막힙니다. 저는 그저 한중일동양 삼국의 평화와 공존을 희망하는 소박한 인도주의자일 따름입니다.

이런 저를 여러가지 이유에서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좋지만 경주시와 경주시민 전체를 모욕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난을 하더라도 근거없는 가짜뉴스를 만들어서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일은 삼가해 주시면 고압겠습니다.

저는 일본에 수출 금지품목인 마스크를 보낸 일도 없고 국민혈세를 낭비하지도 않았습니다. 방호복은 법적 의무 비축물자도 아닙니다.

대구시에 대한 지원을 외면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방호복을 5천 세트나 지원하고 대형 생활치료시설을 두 군데나 수용하여 700명이 넘는 대구환자들을 잘 치료해서 돌려보낸 경주시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한일관계의 역사적 기억은 쓰리지만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과거는 잊지말되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본의 못된 극우세력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하는 첩경은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이들의 교류확대는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천오백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문명을 전하여 미개한 일본인을 깨우쳐 주었듯이 지금의 우리도 문화민족으로서의 당당함과 자긍심을 가지고 넓은 포용력으로 저들의 무지와 편협함을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

이상의 제 설명과 주장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아예 귀를 닫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분도 계실겁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의 격앙된 반일정서상 제 참뜻을 받아드리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 뜻에서 일본의 다른 우호·자매도시에 지원하기로 했던 방역물품 지원계획은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밖에도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때는 국민정서를 감안하여 매사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조속한 복원과 정상화가 양국의 미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지자체 차원의 교류와 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대한민국과 우리 경주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게 옳은 일이라면 친일파가 아니라 더한 욕을 먹더라도 소신껏 일하겠습니다.

저의 유일한 소망은 경주시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증진입니다.

부족한 저를 시장으로 뽑아주신 경주시민의 지지와 성원만을 믿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경주발전만을 위해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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