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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영웅' 왕기춘의 몰락…그는 왜 대구서 사고쳤나?

2016년 대구 정착 후 지도자로 도장 확대…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
2007년 세계유도선수권 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로 전성기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은퇴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왕기춘 씨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1일 구속됐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왕기춘 간지 유도관에서 인터뷰중인 왕기춘 총관장. 매일신문 DB.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왕기춘 씨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1일 구속됐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왕기춘 간지 유도관에서 인터뷰중인 왕기춘 총관장. 매일신문 DB.

지난 1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대구에서 구속된 왕기춘은 부침 많은 '유도 스타'였다.

서울체고, 용인대로 이어지는 유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2007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출전했으나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도복을 벗었다.

왕기춘은 매트에서 화려한 실력과 투혼으로 스타의 길을 걸었으나 여러 차례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올랐다.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폭행하고 육군훈련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영창을 가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왕기춘. 연합뉴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왕기춘. 연합뉴스

이런 그가 2016년 6월 대구 수성구 고산 지역에서 '왕기춘 간지 유도관'을 개장한다고 해 '왜 연고 없는 대구에서 유도관을 차려 제2의 삶(지도자)을 시작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서울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당시 그는 기자의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고, 간접 취재로 그의 용인대 절친이 대구 사람인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친구와 함께 대구·경북 지역 여러 곳을 다니며 꼼꼼하게 시장 조사를 했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고산 지역에 자리 잡았다. 우수 선수 양성이 아닌 건강을 지키려는 학생, 주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접 강습을 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왕기춘은 대구 칠곡과 다사, 경북 구미 등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도관을 개장했다. 고산을 제외한 유도관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다른 지도자들이 운영했다.

대구시유도회는 스타 출신 왕기춘의 대구 정착에 도움을 주며 대구 유도 부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대구는 1980년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삼총사 안병근·김재엽·이경근을 배출한 유도의 고장이다.

대구시유도회 관계자는 "젊은 친구가 의욕적으로 일을 해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대구시유도회에서 경기위원으로 활동하도록 영입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지도자와 사업가로 영역을 넓히던 왕기춘은 그러나 유도 인생을 완전히 망치는 사고를 쳤다.

왕기춘의 성폭행 논란은 지난해 벌어진 일로 올해 초부터 관원들로부터 소문났고, 피해자 부모의 고소로 수사가 이뤄졌다. 피해자는 미성년자와 성인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말 고산의 유도관을 팔고 대구를 떠났고, 지역의 다른 왕기춘 유도관들은 이름을 바꾸었다.

4년 전 왕기춘 취재는 뭔가 찜찜하게 남아 있었는데, 그의 대구 정착 성공 스토리가 짧게 끝나 안타깝다. 스포츠 스타의 몰락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실력이 아닌 인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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