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학기제(가을학기제) 도입 문제, 어떻게 봐야 할까

4월 20일이 개학 연기 마지노선, 더 미루려면 법 개정 필요
위기는 기회, 이참에 9월 신학기제 도입하자는 의견 대두
도입 초기에 사회적 혼란과 비용 문제가 걸림돌
4월 개학 안되면 이 주장이 힘 받을 가능성 커져

올해만큼은 3월이 신학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학교 개학이 연기된 탓이다. 4월 6일 개학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9월 신학기제 도입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대구 남구의 한 초교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컴퓨터로 온라인 학습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올해만큼은 3월이 신학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학교 개학이 연기된 탓이다. 4월 6일 개학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9월 신학기제 도입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대구 남구의 한 초교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컴퓨터로 온라인 학습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 일상이 뒤바뀐 게 이미 오래 전이다. 거리 풍경도 달라졌다. 사회적, 경제적 피해 역시 크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 학교 개학이 5주나 뒤로 밀렸다. 게다가 4월 6일 개학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9월 신학기제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3월 봄이 아니라 9월 가을에 1학기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가을학기제로도 불린다. 어차피 개학 여부를 결정하긴 어려우니 이참에 잠시 숨을 고르면서 교육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의미다. 이 문제를 둘러싼 분위기를 살펴봤다.

◆고개 드는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

올해 3월은 신학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학이 계속 미뤄진 탓이다. 27일 휴업 명령 안내문이 붙은 대구동중학교 교문 모습.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올해 3월은 신학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학이 계속 미뤄진 탓이다. 27일 휴업 명령 안내문이 붙은 대구동중학교 교문 모습.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예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3월이 거의 다 지나갔지만 학교엔 생기가 돌지 않는다. 코로나19 탓에 학교 휴업 기간이 길어졌다. 세 차례 연기된 끝에 정해진 개학일이 4월 6일. 하지만 이 때 학교가 문을 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달렸다.

설사 개학을 더 미룬다 해도 4월이 '마지노선'이다. 특히 초·중·고교 법정 수업일수(190일)에서 관련법 개정 없이 감축할 수 있는 수업일수를 빼면 늦어도 4월 20일엔 개학해야 한다. 이번 국회 임기가 5월말까지라지만 임기 말 법 개정 작업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라고 권고 중이다. 집단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학교 역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 더구나 학교 구성원 다수는 어린 학생들이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9월 신학기제다.

최근 이 얘기를 하는 이들도 무작정 바꾸자고 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학교가 계획대로 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를 가정해 내민 카드다. 코로나19가 힘을 잃는다면 이 주장도 뒤로 밀린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속 변수가 9월 신학기제인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15년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신학기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들어갈 사회적 비용만도 10조원 이상 필요하다. 학사·대입·각종 국가고시 일정 등 바꿔야 하는 것도 많다. 코로나19와 관련 짓지 않는다면 이 말을 꺼내기 힘든 이유다.

일단 정부는 한 발 비껴선 모양새다. 지금 9월 신학기제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건 코로나10 사태 장기화, 휴업 추가 연기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이 문제를 개학 시기와 연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9월 신학기제 도입 가능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청원이 여러 개다. 각 청원마다 동의하는 인원이 1천명은 쉽게 넘고 있다. 인터넷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청원이 여러 개다. 각 청원마다 동의하는 인원이 1천명은 쉽게 넘고 있다. 인터넷 캡쳐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 새 학년은 4월 시작됐다. 1946년 9월로 바뀌었고, 1949년 4월로 환원됐다. 지금처럼 3월 신학기를 시작하게 된 건 1961년부터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외엔 9월 신학기제를 시행한다.

사실 9월 신학기가 우리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1997년과 2006년 가을에 1학기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이 시도가 무산된 이유 역시 지금 나오는 비판과 비슷하다. 사회적 비용이 크고 교육 현장이 상당한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9월 신학기제의 장점도 적지 않다. 우선 주요 선진국이 시행 중이니 국제교류에도 유리하다. 6개월 빨리 인적 자원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비효율적인 2월 봄방학 대신 신학기를 준비할 여름방학이 길어지는 등 학사 일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일부 교육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반향이 더 커졌다. 현 고3만 4월에 개학해 대입에서 혼란을 줄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9월 신학기를 시작하게 하자는 말도 들린다.

김광석 경북 성의여고 교장 김광석 경북 성의여고 교장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며 반대한다. 신중히 따져보자는 의견도 있다. 경북 성의여고 김광석 교장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이 아니라도 충분히 논의해볼 문제다. 다만 학제 개편을 포함, 시간을 갖고 공론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열쇠를 가진 건 정부다. 하지만 지금은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 4월 개학이 무산되지 않은 상황에선 말하기 이르다. 물론 과도기에 따를 사회적 혼란과 비용도 걸림돌. 그러나 개학이 또 뒤로 밀리게 된다면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에도 힘이 더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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