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병길 신라문화원장 "문화재를 잘 활용하는 게 가장 좋은 보존방법"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이 지난 9년 동안 문화재 주변 환경 개선사업을 벌였던 서악동 삼층석탑 일원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이 지난 9년 동안 문화재 주변 환경 개선사업을 벌였던 서악동 삼층석탑 일원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달 22~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정부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정부 혁신박람회'가 열렸다. 행정안전부 및 중앙행정기관·지자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 등 80개 기관이 참여해 59개의 혁신정책 과제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문화재청은 이 행사에 문화유산을 정비하고 활용해 관광마을로 탈바꿈한 경주 서악마을 사례를 내놨다. 사례 공모 형식이 아닌, 문화재청이 직접 선정했을 정도로 서악마을 사례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진병길(55) (사)신라문화원 원장의 역할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동국대 국사학과 출신인 진 원장은 1993년 신라문화원을 개원한 이후 26년째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2010년 이 마을에 있는 서악서원을 고택 숙박시설로 운영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온 게 마을과 인연이 됐습니다."

서악마을엔 보물 제65호인 서악동 삼층석탑을 비롯해 서악동 고분군, 서악서원, 무열왕릉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 진 원장은 신라문화원 문화재돌봄사업단을 통해 2011년부터 9년 동안 문화재 주변 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유적지 주변 대나무와 잡목을 제거하고, 서악동 삼층석탑 주변엔 구절초와 작약을 심고 탐방로를 만들었다.

"33㎡ 남짓했던 문화재 영역이 6천600㎡로 늘면서 사진촬영 명소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유적과 그 주변 경관이 하나의 관광자원이 된 거죠."

2년 전부터는 KT&G의 후원을 받아 마을가꾸기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 30여 가구의 푸른 패널지붕을 검은 유성페인트로 칠해 기와지붕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이와 함께 담장낮추기, 돌담쌓기, 흰벽 페인트 작업, 마을길 정비, 주차공간 확보 등 마을가꾸기 운동도 전개했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신라문화원은 지난 2017년부터 서악동 삼층석탑 앞에 무대를 만들어 수시로 음악회를 열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열었던 '구절초음악회'는 큰 인기를 끌었다. 관광객과 시민들은 만개한 구절초를 감상하며 주변 문화유적을 둘러보고 음악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의 추억을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며 서악마을을 찾는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지난 가을 시즌엔 평일 평균 1천여 명, 주말 3천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마을이 북적였다. 마을 주민들도 최근 샛골부녀회를 꾸리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주민들이 문화재로 인해 제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덕을 본다는 생각을 갖는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문화재를 잘 활용하는 게 자장 좋은 보존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진 원장이 20여 년 경험을 통해 얻은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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