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폐광산 중금속 유출수 신천 유입 '십수년째'

정화시설 꽉 막혀 무용지물…주변토양·돌 누렇게 변해
교체작업 빨라야 2021년말

이진국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가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텅스텐 폐광산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진국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가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텅스텐 폐광산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중금속이 함유된 대구 달성폐광산의 유출수가 아무런 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근 하천을 거쳐 신천까지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광산 정화시설이 십수년째 먹통이지만 시설 교체 공사는 오는 2021년에나 가능한 실정으로, 인근 주민뿐 아니라 대구시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갱도 주변 중금속 유출수 신천 유입

5일 오전 찾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인근 한 야산 자락을 따라 산길을 오르니 양쪽으로 곳곳에 누렇게 변한 돌이 눈에 띄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달성광산의 채굴 과정에서 나온 폐석으로 수십 년 째 방치된 돌이다.

달성광산은 한때 중석(텅스텐) 단일 광물로 세계생산량 3위까지 차지했던 유명 광산이었으나, 1974년 경제성 저하로 폐광됐다.

산 중턱에 다다르자 굳게 닫힌 달성광산의 폐갱도가 나왔다. 갱도 앞에는 폐광산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고, 앞에는 여름철 피서객이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와 낡은 단상이 방치돼 있었다.

갱도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유출된 갱내수(坑內水)를 인근 정화시설로 보내는 관로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갱내수를 모이도록 한 관로 입구가 꽉 막혀 유출수가 넘쳐 흘렀다. 관로 입구 주변의 토양도 누렇게 변해 기름기가 가득 낀 상태였다.

흘러 넘친 유출수는 그대로 계곡을 따라 인근 상원천을 거쳐 신천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유출 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니 관로의 끝이 나왔다. 이곳에는 기존 관로가 막히자 다른 물길을 뚫은 듯 여러 개의 관로가 설치돼 있었으나 모두 막혀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상원천의 돌과 바위는 유출수의 중금속으로 인해 누렇게 변하는 옐로우보이(Yellowboy) 현상이 나타났다.

이진국(왼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와 추창오 안동대 지구환경학과 교수가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한 야산에서 텅스텐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를 확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진국(왼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와 추창오 안동대 지구환경학과 교수가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한 야산에서 텅스텐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를 확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유출수 정화시설 십수년째 먹통…주민들은 "빨래도 못해"

달성광산 인근 토양과 유출수에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은 그간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해 최인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폐광을 관리하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하 광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달성광산 유출수에는 기준치를 초과한 아연과 망간 등 중금속이 함유된 것으로 나왔다. 앞서 2011년 김재균 전 의원이 밝힌 자료에서는 달성광산 유출수에 아연은 기준치보다 2배, 망간은 5.6배 높게 나왔다.

비슷한 시기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전국 광물찌꺼기 적재장 토양의 중금속 함량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달성광산 인근 적재장 토양에서는 구리 460ppm, 납 334ppm, 비소 796ppm이 검출됐다.

문제는 달성광산 유출수를 정화하는 자연정화시설이 십수년째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 달성군청이 설치한 정화시설은 현재 광해공단에서 관리한다. 이날 확인한 정화시설은 정상적인 상태라면 유출수가 차 있어야 하나 일부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한 야산에서 텅스텐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한 야산에서 텅스텐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이 2004년 정화시설에서 여과 처리된 달성광산 폐수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카드뮴 여과율은 53%, 구리 70%, 철 59%에 불과했다. 황산염(So4)은 여과 전보다 오히려 21%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화시설 여과 목표인 구리 99%, 카드뮴 97% 등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동행한 추창오 안동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자연정화시설은 설치 초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제 기능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화 기능이 제역할을 못하면서 인근 주민은 불안을 호소했다. 유출수가 상원천으로 합류되는 지점에서 만난 상원리 주민 김선조(72) 씨는 "동네에 우물이 있는데 주민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식수는 다른 상수도로부터 공급받는다"며 "불안하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상원천과 신천 합류 지점에서 만난 냉천리 주민 A(60) 씨는 "빨래를 하면 철 성분 때문인지 옷이 누렇게 변한다"며 "논에는 뻘건 물이 쏟아진다"고 했다.

◆지지부진한 시설 교체 작업

상황이 이런데도 시설 교체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광해공단 영남지부 관계자는 "기존 자연정화시설을 철거하고 강제로 오염수를 정화하는 물리·화학처리시설로 교체할 계획"이라며 "사전 설계 단계를 거쳐 착공은 빠르면 2021년 하반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쯤 달성광산에서 갱내수가 유출되는 문제를 해결하려 장비를 투입하려 했으나 산지가 험하고 지반이 약해 관로를 정비하지 못했다"며 "수시로 막힌 관로를 뚫고 정화시설의 슬러지를 빼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시설 교체 작업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갱내수가 유출돼도 하천에서 많이 희석되지만 중금속이 포함된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이진국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유출수가 신천까지 흘러들어 가는 약 1.7㎞ 구간은 물고기는 물론 플랑크톤도 살기 힘든 죽음의 구간"이라며 "오랜 기간 유출되고 있는 달성광산 유출수는 인근 주민은 물론 대구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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