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 완치 효과' 소문에…개 구충제 '펜벤다졸' 품귀현상

사람용 '알벤다졸' 대체제로 구입도…"사람 대상 임상없어 독성 부작용 위험"

사람 구충제 성분 알벤다졸이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22일 대구시내 한 약국을 찾은 시민들이 알벤다졸 구충제를 대량 구입하거나 항암효과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사람 구충제 성분 알벤다졸이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22일 대구시내 한 약국을 찾은 시민들이 알벤다졸 구충제를 대량 구입하거나 항암효과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2일 기자가 찾은 대구 수성구 한 동물병원. 개 구충제 '펜벤다졸'을 구할 수 있나고 물었더니, "품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동물병원 원장은 "석달 전부터 구입 문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도매상으로부터 약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구의 다른 동물병원은 '펜벤다졸 성분의 구충제 판매는 직접 동물을 진료한 뒤 처방하라'는 대구수의사회가 보낸 안내문을 붙여 놨다.

미국에서 폐암 말기 환자가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했다는 유튜브 동영상이 국내로 퍼지면서 암 환자와 가족들 사이에서 개 구충제에 대한 관심이 숙지지 않고 있다.

폐암 투병 중인 한 개그맨도 직접 개 구충제를 복용하겠다고 나섰고,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항암치료와 함께 펜벤다졸을 7주차 복용했다. 피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고 간 수치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동물용 구충제를 찾는 사람이 늘어 났고, 이들의 복용 후기가 온라인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 환자들의 개 구충제 복용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펜벤다졸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고,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했을 때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펜벤다졸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사람용 구충제인 '알벤다졸'까지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알벤다졸이 펜벤다졸과 화학 구조가 비슷하면서 사람에게 적용하는 약이니 좀 더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인식도 한몫을 한다.

의약품은 동물실험을 거쳐 일반인 대상 임상 1상, 환자 대상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해 모두 성공해야 시판할 수 있다. 펜벤다졸은 동물실험만 했을 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없다.

윤영란 경북대병원 임상시험센터 소장은 "펜벤다졸, 알벤다졸 모두 국내 임상시험 승인 난 것이 없다. 알벤다졸은 2001년 호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암, 직장암 환자의 암 관련 지표가 낮아졌다는 보고를 했지만, 임상 대상자가 7명밖에 안되는 파일럿 연구(소규모 조사대상으로 실험)였고 그 중에는 사망자도 있어 결론을 받아 들이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경희 영남대병원 암센터장(혈액종양내과)은 "임상 후보물질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독성 부작용 때문이다. 펜벤다졸, 알벤다졸 성분에서 항암효과가 있었다면 다국적 제약사들이 그대로 놔뒀겠냐"면서 "말기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품을 분별없이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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