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둘러싼 갑론을박 현장 중계

대구시교육청의 'IB 프로그램 추진 위한 대토론회'서 찬반 팽팽
IB로 공교육 혁신 가능 vs IB는 현실 모르는 공염불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19일 대구시교육청은 IB를 두고 교육계와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19일 시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IB 프로그램 운영 정책 추진을 위한 대토론회'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19일 대구시교육청은 IB를 두고 교육계와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19일 시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IB 프로그램 운영 정책 추진을 위한 대토론회'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이하 IB) 프로그램은 교육계의 화두 가운데 하나다. 특히 대구가 그렇다. 대구시교육청이 제주도교육청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굳어 있는' 공교육에 '역동적인' 변화를 줘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재를 키우겠다는 게 목적이다.

IB 도입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구시교육청이 19일 시교육청 강당에서 교육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IB 프로그램 운영 정책 추진을 위한 대토론회'를 연 것도 좀 더 다양한 얘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선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토론자들이 내세운 주장들을 찬반 양론으로 나눠 정리했다.

◆IB 도입 찬성 측, 'IB는 공교육 혁신 모델'

하화주 반포고 교감 하화주 반포고 교감

▷하화주 반포고등학교 교감=우리나라 교육은 여전히 '내신 따기' '수능 올인'이라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진로 적성에 따라 공부해야 할 의욕이나 방향성을 상실했다.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도 결코 행복하지 않다. IB 매개로 교육을 변화시켜 보려는 시도가 나오는 이유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을 개설할 수 있게 한 만큼 IB 도입은 찬반의 영역이 아니라 선택과 운영의 문제다. IB는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기록을 일체화하는 모델이다.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 자료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수업 기획 및 평가 권한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한효석 전 부천고 교사 한효석 전 부천고 교사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내부 시험 평가는 IBO에서 관리, 조정하고 외부 시험도 전 세계적으로 채점관(현직교사)들이 나서 공정하게 채점한다. 교육과정 연계성이 높아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고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

IB 도입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확대, 심화하는 게 우리 교육 개혁과 발전을 위해 매우 생산적 활동이 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교과교실제, 창의 융합 인재 양성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황은비 서동중 교사 황은비 서동중 교사

▷한효석 전 부천고등학교 교사=IB에선 학생이 학습을 주도한다. 평가 과정을 교사와 학생이 공유하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교과군을 나눠 공부하는 가운데 한 영역에서 다루는 학습량을 조절해 여유 있고, 깊이 있게 다룬다. 수업 방식도 어렵게 볼 필요가 없다. 수업 교재를 마련하고, 수업안을 공유하면 한국 교사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황은비 서동중학교 교사=최근 종영된 드라마 'SKY 캐슬'은 성적지상주의로 왜곡된 우리 교육 현실을 보여줬다. IB는 가진 자들의 'SKY 캐슬'을 쌓는, 귀족 교육이 아니다.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공교육 범위 안에서 시도해보자는데 왜 '할 수 없다' '못 바꾼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우선 시범학교를 운영, 우리 현실에 적용할 노하우를 얻자는 것이다.

◆IB 도입 반대 측, 'IB는 또 다른 특권 교육'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교육과정은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에만 그친다. 학생 참여형 수업과 이를 바탕으로 평가해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IB만의 장점이 아니다. 더 크게 봐서 교육 선진국 시스템의 장점으로 봐야 한다.

IB는 국제학교 맞춤형 교육과정일 뿐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받으려면 결국 IBO가 만든 기준을 따라야 한다. 각국은 자신들의 정치·경제·사회체제가 반영된 공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좋은 교육과정을 발전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은 좋다. 하지만 그대로 이식해오는 건 다른 문제다. 국제학교용 교육과정을 왜 공교육 일반학교에 적용하려는지 의문이다. TOK와 EE 과제의 수준도 높아 학습 부담이 클 것이다. IB는 특목고와 자사고 등 성적 상위 학교 등에서나 제대로 작동한다. 이는 '또 다른 특목고' '또 다른 자사고'를 만드는 일이다.

강태원 대구여고 교사 강태원 대구여고 교사

한국형 바칼로레아 체제를 구축하는 게 목적이라면 IB 시범 도입 없이도 가능하다. 그동안의 수업 및 평가 혁신 사례들을 모아 확산시키고, 그 과정에서 보이는 걸림돌을 제거해나가면 된다. IB를 도입한다고 공교육이 저절로 혁신되지 않는다. 대학입시 등 교육 제도를 바꾸는 게 먼저다.

▷강태원 대구여고 교사=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는 데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는 부족한지 의문이다. 우리 실정에서 IB는 '화병 속의 꽃'이다. 뿌리내리고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일시적으로, 순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뿐이다. 어떤 교육 프로그램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회 제도나 시스템 자체를 바꾸진 못한다. 대학입시에 매몰된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IB 도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생략됐다. 일반고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IB 도입 이유 중 하나로 교육 격차 해소를 들었다. 대구외고, 포산고, 경북대사대부고 등을 IB 후보학교가 되도록 할 참인 모양인데 이들 학교는 교육 여건이 취약한 곳과는 거리가 멀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란?
IB는 개념 이해와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과정 중심 논·서술형 평가를 실시하는 프로그램.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개발해 운영 중이다. 유럽 여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이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고교를 기준(Diploma Program·DP)으로 할 때 IB 프로그램은 모국어, 외국어, 사회과학, 과학, 수학, 예술 등 크게 6개 영역과 학교 개설 교과(IBO 인준을 거친 것)로 구성된다. 그 외에 3개 핵심 과정을 더 이수해야 한다. ▷통합교과적, 비판적 사고 훈련 과정인 '지식 이론(TOK·Theory Of Knowledge)'을 소화한 후 보고서 작성 ▷관심 주제에 대한 연구 소논문 작성 활동인 'EE(Extended Essay)' ▷'CAS(Creativity, Activity, Service)'로 불리는 특별활동과 봉사활동 등이 그것이다. 졸업을 앞두고는 최종 평가인 외부 시험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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