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동선이 겹치면 혁신은 절로 일어난다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동선이 겹치면 혁신은 절로 일어난다."

이는 혁신적 기업 문화로 잘 알려진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를 창업하고 얼마 전 작고한 젊은 창업가 토니 셰이가 한 말이다.

창의와 혁신의 열쇠로 '우연한 만남'이라는 개념을 제기한 토니 셰이는 "사람들이 더 자주 마주치고 한마디라도 더 나누어 서로 배우고 연결된다면, 그들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혁신이라는 기적은 저절로 일어난다"며, 혁신을 위한 다양성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연한 만남의 효과는 실제로도 입증이 됐다.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이 과학자 17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연구실이나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으로 가는 동선이 겹칠 때 협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선이 3m 겹칠 때마다 협업이 최대 20%까지 늘어났다. 혁신은 협업에서 나오고, 협업은 동선이 겹쳐야 나온다. 경험과 역량,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자연스레 토론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초강대국이 된 배경에는 다양성이 그 중심에 있다. 미국 뉴욕주 5개 자치구 중 가장 변방이자 면적이 큰 동부에 위치한 퀸즈(Queens)구는 미국의 다양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저렴한 물가와 낮은 진입 장벽으로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약 160개 인종과 13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인종과 언어의 멜팅팟(Melting Pot)을 이루고 있다.

이민자와 빈곤층이 많아 과거 저소득층 구역이라는 인식이 컸던 퀸즈구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바탕으로 최근 다양한 산업이 활성화되는 등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며 급속도로 변하는 지역 중 하나다.

비즈니스와 일자리의 수가 크게 증가했고 아마존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며, 퓨전 문화의 근원지이자 미국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바야흐로 제조업을 포함한 전통 산업들이 변화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존 산업의 개념에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단순히 패션 소품으로 사용되던 허리띠에 디지털 센서를 삽입해 허리 치수, 활동량, 과식 여부까지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든 스마트 벨트 '웰트'는 패션에 IT 기술을 접목한 좋은 사례이다. 전혀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가 만나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대구는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도시로,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지금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유나 안경 등 대구의 강점 산업을 중심으로 이종 업종과의 만남과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

미국이 퓨전 문화를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의 역사를 쓴 것처럼 산업의 퓨전, 즉 이종 업종 간의 만남이 융·복합적 시너지를 창출할 때 새로운 혁신, 신산업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동선이 겹친 상대와의 대화에서 내가 모르는 분야의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접하게 될 때 혁신은 시작될 수 있다. 특히 청년들이 가진 아이디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 청년들이 경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때, 우연한 만남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기관들의 역할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클러치(Clutch)와 대시(Dash)라는 온·오프라인 모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청년들이 자연스레 만나 이야기하고, 놀며, 서로 다른 의견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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