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주택시장의 버블은 한국경제에 매우 위험하다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시장경제에서의 가격은 재화와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가장 원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시그널이다. 이 시그널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가 거래 대상이 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거래가 실현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 조건하에서 형성된 시장가격은, 우리가 매일 슈퍼에서 사는 물건들처럼 누가 계획하고 지시하지 않아도 기업은 사회가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자는 원하는 만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의 역할을 한다.

재화의 특성에 따라 가격이 시그널로서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주택이다. 주택시장은 슈퍼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시장과는 많이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주택은 완전히 같은 품질의 주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수만 개의 메모리 반도체는 같은 품질이지만, 삼성중공업이 건설하는 래미안 아파트는 위치, 면적, 층수, 방향 등 아파트 고유의 특성과 주위의 교통, 교육, 의료 등 사회자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같은 품질의 아파트는 없다. 둘째, 첫 번째 특성 때문에 구매자가 원하는 주택을 찾기 위한 정보 획득 비용과 탐색 비용 등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이 든다. 셋째, 주거에 대한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지는 주택시장과, 투자와 담보의 대상인 금융시장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갖는다. 즉 주택시장에서 균형이 이루어져 있어도 금융시장에서 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주택가격은 하락한다. 넷째, 토지 이용과 건축에는 수많은 정부 규제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택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해서 다른 재화와 서비스처럼 기업이 즉시에 공급할 수 없다.

주택시장이 갖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특성 때문에,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미국의 조지 아서 애컬로프(George Arthur Akerlof) 교수가 말한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발생해 시장가격으로 주택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이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특성으로 인해서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버블이 발생하기도 하고, 주택가격이 폭락하는 버블이 터지기도 한다. 버블의 생성과 붕괴는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사실 일본은 1991년에 버블이 붕괴하면서 막대한 자산 손실을 경험했다. 일본의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버블 붕괴 전인 1990년에 토지자산이 2천456조 엔이었는데, 2019년에는 약 50% 정도 하락한 1천250조 엔으로 기재돼 있다. 이는 30년 동안 1천206조 엔의 토지자산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부동산시장이 금융시장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의 폭락으로 금융권은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부실채권의 정리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도산하거나 합병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일본 정부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104조 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막대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데 일본은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서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도 버블 붕괴 전 일본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가계가 보유하는 자산 중에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고, 이 자산의 대부분이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로 확보된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김세직 교수와 주택금융연구원의 고제헌 연구위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세부채를 포함한 가계부채의 규모가 2016년에 2천78조 원으로 GDP 대비 127%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6년 이후의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의 상승을 고려하면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더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처럼 갑자기 버블이 붕괴하면 한국의 금융권은 치명상을 입게 되고, 주택에 거의 올인한 가계는 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잃게 돼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주택시장에서 가격 형성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변화를 서서히 조정하지 않으면 우리의 피땀으로 축적한 자산가치의 대부분이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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