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의 새론새평] 공정하게(?) 부동산 투기를 할 권리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부동산을 수용(收用)해서 개발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투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를 하는 내부자거래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투기의 목적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투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내부자거래는 이러한 위험을 없애 주지만 불법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여야 한다. 내부자거래는 약탈적이다. 내부자의 이익은 외부자의 손실을 초래한다. 외부자는 고객이거나 시민이다. 내부자거래는 약탈적이므로 비생산적이다.

정보만으로 투기를 할 수 없다. 투기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는 사람은 영혼을 끌어모아도 투기를 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그 나름의 계획이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다. 개발계획을 미리 알아도 돈이 없으면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없다. 대다수 시민이 투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와 돈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더구나 정보와 돈은 교환된다. 정보를 보유한 집단과 돈을 가진 집단은 공생(共生)한다. LH 사건으로 인해 정보와 돈의 더러운 커넥션(Connection)이 드러났다. 물론 빙산의 일각이다.

LH는 중개인이다. LH는 토지를 매입해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매각함으로써 거래비용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LH의 사업은 단순하지만 수익성이 높다. 높은 수익성은 수용이라는 행정적 권한에서 나온다. 수용은 강제적이다. 피수용자에게 보상을 하지만 시가에 못 미친다. 토지 시가와 보상가의 차액(差額)은 LH의 몫이다. LH는 수용한 토지에 아파트를 건설해서 분양한다. 분양가에는 LH의 이윤이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LH는 아파트 분양가와 토지 보상가의 차액을 가져간다. 이는 은행의 주된 수익원이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인 것과 유사하다. 어쨌든 아파트 분양가는 시가에 못 미친다. 시가와 분양가의 차액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의 몫이 된다.

불법적 투기에 대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고 부동산 거래를 신고하도록 하는 법안, 불법적 투기의 형량을 최고 무기징역으로 높이고 투기로 얻은 이익의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정부는 부동산감독원을 신설해서 부동산 거래를 감독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책들은 불법적인 투기가 이루어진 후 그것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사후적(事後的)이다. 사후적인 대책으로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대책들은 거래의 자유와 재산권이라는 시장경제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한다. 신설되는 부동산감독원의 직원들이 투기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부동산감독원은 막강한 권한과 중요한 정보를 보유하게 된다. 권한과 정보는 투기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불법적 투기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사전적(事前的)으로 투기의 유인(誘引)을 없애는 것이다. 투기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없으면 불법적으로 투기할 유인이 없다. LH의 사업에는 세금이 투입된다. 따라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시가와 분양가의 차액을 갖는 것은 부당하다. 공적인 개발로 발생한 이익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정부가 시가와 분양가의 차액을 환수하면 투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LH 직원, 정치인, 관료의 불법적 투기를 비난하지만 개발이익의 환수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가 공정하게 투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인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공정하게 투기할 권리인가?

부동산을 사용해서 이익을 얻는 것은 정당하다.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얻는 것은 부당하다. 투기로 얻는 이익은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에게 선물로 준 토지를 독점해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정의롭지 않은 것을 추구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부동산 투기를 할 권리를 주장하는가? 탐욕 때문인가? 진정으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내 안에 있는 탐욕이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