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관의 소신과 대통령의 결단

김재수 동국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필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8년 공무원으로 들어와 40년을 정부에서 일했다. 보람도 있었고, 수많은 사건·사고와 위기를 겪어 고충도 많았다. 가장 어려운 것이 부처 의견과 대통령 뜻이 다를 때의 처신이다. 합리적 정책 결정 과정을 거친 대통령 의사는 거역하기 어렵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 의견, 비선 풍문, 대통령 뜻이라는 비공식적 지시가 내려올 때가 문제다. 노련한 장관은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노하우를 알지만 대부분 갈팡질팡하거나 고민 속에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장관은 소속 부처의 전문성을 토대로 판단하나 대통령은 부처 의견을 뛰어넘는 결정을 할 때가 있다. 국가 차원의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거나 때로는 통치행위적 결정도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다. 구제역이 발생해 전국 소, 돼지 약 350만 마리를 살처분해 매몰했다. 당시 소, 돼지의 약 20%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 살처분하지 말고 백신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농식품부와 전문가들이 완강히 반대했다. 백신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우려되고 축산물 수출도 어려우며, 선진국도 살처분 위주로 대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고민 끝에 백신 사용을 결정했다. 우려와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고 일부 미비 사항은 보완했다. 종전 방식을 계속했으면 엄청난 규모의 살처분과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가 추가로 야기됐을 것이다. 정책의 전환은 쉽지 않다. 과거 관행, 선진국 사례, 전문가 의견을 뛰어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묻힌 것이 가축 질병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비상이 걸렸다.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종식되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가축은 물론 인류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 사스, 메르스, 에볼라, 지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사람과 동물에 공통 전염되는 '인수 공통 바이러스'가 우려된다. 조류인플루엔자도 사람에게 옮겨올 가능성이 있다. 지구상에는 약 160만 종의 바이러스가 있으며, 정체가 파악된 것은 3천 종 정도에 불과하다. 조나 마제트 UC데이비스대 감염병학 교수는 야생에서 인간으로 옮겨올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 바이러스는 50만 종이며, 그중 밝혀낸 것은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금은 전방위 위기 시대이다. 과거 정책과 제도를 탈피해야 한다. 부처 의견을 넘어서는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가축 질병뿐 아니라 당면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책에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경상북도에는 소가 70만 마리, 돼지는 약 150만 마리가 있다. 연간 800만t의 축산 분뇨가 방출된다. 소고기, 돼지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 안정에 치중하다 보니 가축 질병과 분뇨 처리에 관심이 적었다. 퇴비나 액비 위주 분뇨 처리에 한계가 왔다.

2012년부터 해양투기도 금지됐으며 최근엔 토양의 퇴비 부숙도 규정도 강화됐다. 전국적으로 5천200만t에 이르는 축산 분뇨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전망이다. 분뇨 처리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뇨를 건조, 고체연료화한 후 펠릿이나 땔감으로 사용하여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방안이다. 냄새와 토양오염을 방지하고 하천 녹조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경상북도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 전환이다. 농식품부, 산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협조도 필요하다. 지방행정의 우수 사례로,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꼭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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