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메흐메트의 혁명

지도자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꼽으라면 필자는 단연 이스탄불을 꼽겠다. 한 작가는 이스탄불을 일곱 개의 베일을 쓴 살로메에 비유하면서, 서서히 한 겹씩 그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드러낸다고 썼다. "…수백 년에 걸쳐 그녀는 수많은 남성들의 유혹을 받았지만 그녀를 차지한 이는 많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가장 위대한 남성들이 그녀의 춤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유스티니언, 콘스탄틴, 정복자 메흐메트가 그녀를 제국의 황녀로 만들었다. 이들과 결혼하면서 그녀는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 주면서 두 대륙을 안고 있는 이스탄불에서 "점심은 아시아에서 먹고 저녁은 유럽에서 먹는다"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수많은 이야기와 도시의 역사를 담고 있는 모스크, 케밥, 돌마, 고등어 케밥, 샤월마 등 군침 돌게 하는 먹거리, 그리고 현기증 나게 달콤한 바클라와가 여행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스탄불이 이처럼 찬양의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전략적 위치 때문이다. 천 년 넘는 세월 동안 비잔틴 제국의 수도로 유럽의 중심지였던 콘스탄티노플은 1453년 노쇠한 제국의 쇠락을 목격하고 있었다. 반면 오스만제국의 새 술탄으로 등극한 메흐메트 2세는 스물한 살의 청년, 젊은 지도자였다. 메흐메트는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지 않고는 유럽으로의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열아홉 살에 술탄이 된 메흐메트는 즉위 2년 만에 콘스탄티노플 정복을 계획하고 1453년 4월 6일 작전을 개시했다.

전쟁은 쉽지 않았다. 콘스탄티노플로 들어가려면 육상과 해상의 두 개 진입로를 뚫어야 했다. 이 전쟁에서 메흐메트는 거대한 공성포를 세계 전쟁사에 소개한다. 대포 제조자 우르반이 제작한 공성포는 포 길이가 8m가 넘고 지름은 75㎝에 이르는, 당시로는 최초의 거대한 신무기였다. 대포는 544㎏의 포탄을 1.6㎞까지 날려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거대한 대포조차도 비잔티움을 함락시키는 결정적 무기가 되지는 못했다. 제노아 공화국 출신의 용병 지오반니 쥬스티니아니가 이끄는 비잔티움의 군대는 무너진 성벽을 복원하면서 맞섰다. 전투는 장기전으로 가고 있었고 신하들은 메흐메트를 흔들어 댔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다음 기회를 찾자고. 콘스탄티노플을 눈앞에 둔 메흐메트에게는 두 개의 선택이 남았다. 콘스탄티노플로 진입해서 승패를 하늘에 맡기든가, 아니면 후퇴하든가 양단의 길이었다.

궁즉통이라고 했던가. 개전 2주일 뒤인 4월 20일, 메흐메트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생각을 해냈다. 배를 산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해상 진입로를 뚫기 위해서는 전함들을 골든혼 해협 안으로 진입시켜야 했지만 입구를 쇠사슬로 막아 두어서 진입이 차단된 상태. 메흐메트는 육상의 통나무들을 잘라서 기름칠을 하고 이 통나무들 위에 전함을 끌어올려 해협 안쪽으로 이동시키도록 했다. 배를 산으로 끌어올리는 이 작전은 비잔틴 군대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반대쪽 육상 성벽을 방어하던 군대가 해변 쪽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방어 병력이 분산되었다. 얼마나 타격을 입었으면 비잔틴 쪽은 오토만 포로 260여 명을 성벽에 끌어올려 오토만 군인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 처형했다고 한다. 해변 쪽 방어선이 뚫리면서 오토만 병력의 사기는 크게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메흐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정복은 성공으로 끝났다.

만약 메흐메트 2세가 배를 산으로 올리는 기막힌 생각을 해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메흐메트 2세는 중간에서 후퇴한 그저 그런 존재로 기록되었을지 모른다.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배를 육상으로 옮긴다는 발상을 하게 만들었다. 혁명적인 생각만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고 혁명적인 생각만이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이전에 하던 대로 한다면, 이전에 했던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한다면 변화는 없고 혁명은 불가능하며 성공은 없다. 이전과는 다른 사람, 이전과는 다른 방법, 이전과는 다른 생각이 필요하며 그것이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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