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종주거지역의 종 상향 민원에 대한 해법

이진훈 전 대구시 수성구청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40년 세월은 땅의 쓰임새조차 바꿔 놓는다. 대구 최고의 주거지로 꼽히던 대규모 단독주택지, 1종 주거지역이 이제는 낙후지역으로 변했다. '종' 상향 용도지역 변경 민원이 드세다. 도시경영 차원의 해법이 아쉽다.

서울시와 인천시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특별계획구역 방식의 지구단위계획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일정 구역의 주민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하면 그 지역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체적인 개발안은 시와 조합이 협상을 통해 확정하는 도시계획적 기법이다.

필자는 1980년대 중반 대구 시민의 주거 의식에 관해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당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구 시민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역은 단연 앞산 아래 위치한 남구 대명동이었다.

대명동은 1970년대 중반 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대규모 단독주택지 대명·범어·수성지구 6.1㎢ 중 한 곳이다. 오랫동안 고급 저택지로서 명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수성구 도로변에는 1종 주거지역의 종 상향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애초 전용주거지역에서 2003년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건축 제한이 3층 이하에서 4층 이하로 완화되자 빌라와 원룸 등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주거 환경의 악화가 가속되면서 주민들은 아파트 신축이 가능한 2종 주거지역으로의 종 상향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재개발이 가능해지고 사업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최근 개발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 블록 단위 7층 이하 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그러나 실효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종 상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 대구시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을 맡은 대경연은 도시계획적 관리 방안, 단독주택지 모델 개발,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종 상향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 도시가 변하면 도시계획도 변해야 한다.

범어·수성지구는 이미 도심 한복판이 되었고 역세권이다. 대명지구에도 4호선 도시철도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에 주거 환경은 엉망이다. 불법주차 차량들로 길이 막혀 차량 교행이 어렵고 보행 환경 또한 위험하다. 서둘러 손을 써야 할 형편이다.

주민들은 종 상향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토지의 효율적 활용과 주거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일리가 있다. 여기에 고층 아파트 개발 붐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한몫하고 있다. 반면에 종 상향 조정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 가능성과 개발이익의 사유화 문제도 있다. 공익과 사익의 균형,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하다.

경관 조망 등을 고려하여 단독주택지의 특성을 살려야 할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특별계획구역 방식의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하여 자생적 개발을 유도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특별계획구역에서는 시가 '종'을 상향 변경(예를 들어 1종 주거에서 2종 주거로)해 주는 대신, 그에 대응하여 주민들은 도로 개설, 서민주택, 청년 일자리 등을 위한 토지를 기부채납하거나 창의적 설계안을 반영하여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이른바 공공기여 조건부 종 상향제도다.

이 제도는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으로도 좋고, 주거권 보장을 위한 방편으로도 좋다. 도심지에서 양질의 주택지를 공급하면서도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 대구시도 특별계획구역 방식의 지구단위계획을 제도화하자. 도시에 공공성 창의성 융통성을 불어넣는 일, 도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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