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의 새론새평] 조두순과 윤성여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8세 어린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이 12년을 복역하고 만기 출소했다. 법원은 향후 7년간 조두순의 야간 외출과 음주를 금지했다. 조두순의 집 앞에 경찰관이 배치되고 학생들에게 안심 호루라기가 지급되었다. 왜 조두순을 석방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2008년 당시에도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형벌이 가볍다는 여론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형벌이 가볍다. 사형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사형을 거의 선고하지 않고 집행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이다. 조두순 사례는 우리 사회에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무엇인가라는 화두(話頭)를 던졌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범죄자를 처벌하면 유사한 범죄가 저질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형벌의 기능적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서 범죄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이다. 칸트(Kant)가 말했듯이 복수는 인간의 본성이다. 되갚는 것이 정의이다. 이는 형벌의 응보적(應報的) 측면이다. 응보가 있을 때 정의가 실현된다. 형벌의 목적이 무엇이든 형벌의 크기는 범죄의 심각성에 비례해야 한다. 심각한 범죄에 무거운 형벌을, 경미한 범죄에 가벼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정의이다. 조두순에 대한 형벌은 적절했는가?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20년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에게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법원은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윤 씨는 약 18억원의 보상금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돈이 윤 씨의 잃어 버린 20년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시민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법원 판결에 따르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이 전지전능하기 때문은 아니다. 종종 우리는 검찰과 법원이 오류를 범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윤성여 사례를 통해 시민들은 사법제도의 불완전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10명의 도둑을 놓쳐도 1명의 무고(無辜)한 사람이 처벌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당분간 여론의 힘을 받을 것이다. 증거재판주의가 강화될 수도 있다. 증거재판주의가 강화되면 유죄 선고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무고한 사람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오류도 감소한다. 1명의 무고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10명의 도둑을 놓칠 수 있다. 왜 그런가? 증거재판주의를 강화하면 범죄자에 대한 유죄 선고도 감소하므로 범죄자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오류가 증가한다.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것을 제1종 오류, 도둑을 놓치는 것을 제2종 오류라고 한다. 제1종 오류를 줄이면 제2종 오류가 늘고, 제2종 오류를 줄이면 제1종 오류는 증가한다. 이것이 사람이 만든 사법제도의 한계이다. 검사와 판사가 신(神)이 아닌 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오류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사법제도의 오류가 감소하는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오류가 줄어든다. 검사가 더 열심히 수사하고 판사는 더 열심히 사건 기록과 증거를 살펴보면 된다. 왕도(王道)는 없다. 물론, 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수사와 재판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우리는 사법 개혁이라는 단어를 신물이 나게 들었다. 사법 개혁의 목적은 무엇인가? 수사와 재판의 절차적, 실체적 정당성을 확보해서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 간 수사권을 조정하면 제2의 조두순이 나타나지 않는가? 공수처를 설립하면 윤성여 씨와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는가? 현재 논의되는 사법 개혁은 시민의 인권 보호와 무관하다.

검사와 판사 개개인이 수사와 재판에 충실할 때 진정한 사법 개혁이 이루어진다. 제2의 조두순이나 윤성여 씨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사법 개혁이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트위터(twitter)에 과격한 말을 쏟아 내는 것은 사법 개혁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지루한 말싸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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