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삶은 선택이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성경의 마가복음 6장에는 '오병이어'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과 5천여 명의 무리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는 해석과 논쟁보다는 그 자체 상황에 주목해 보자.

일단 당시 상황을 보면 네 종류의 주체가 등장하는데, 예수와 제자들, 5천여 명으로 표현되는 성인 남성들, 그리고 무리 속에 있었지만 기록되지 못한 여성과 아이들이 그들이다. 무엇보다 이 주체를 바라보는 예수와 제자들의 시선이 다르다. 제자들은 본인들이 예수를 따르는 자로서 예수와 모인 무리들의 관계로 바라본다. 제자들이 말하기를,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헤쳐, 제각기 먹을 것을 사 먹게 근방에 있는 농가나 마을로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예수와 무리의 관계가 있을 뿐, 예수와 제자의 관계, 제자와 무리의 관계는 빠져 있다. 예수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항상 제자의 역할, 제자의 길을 강조한 것은 이유가 있다. 본인이 모든 일을 하지 않고 제자들이 일을 하도록 한다.

제자들은 선택하지 않았다. 빈 들에 모인 배고픈 무리들의 현실을 자신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수는 제자들이 상황을 회피한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그럼에도 제자들은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퇴로는 없다. "너희에게 빵이 얼마나 있느냐? 가서, 알아보아라." 그 후에 나온 결과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라는 대답이다. 비로소 제자들은 무리의 굶주림과 결속되었다.

앞서 소개한 성경 본문에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빈 들'과 '날이 저문' 것은 우리 앞에 주어진 현실이자 조건이다. 예수는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우리가 있는 곳이 '빈 들'이니까 속히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날이 저물었으니 흩어져 집으로 가야 한다는 제자들의 말을 뒤집는다.

우리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꽃이 지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우리는 한없이 오만하여 맘대로 살거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체념 속에 빠질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해가 지는 것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구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해가 진 다음에, 바람이 불 때, 비가 내릴 때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요청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정작 바람을 멈추게 하려는 이들은 바람이 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걸 막으려고 했던 이들은 정작 비가 내리면 나 몰라라 한다. 우리가 처한 시간과 공간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지금 '날이 저문 시각'에 '빈 들'에 서 있다. 이곳이 갑자기 아름다운 숲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고 태양이 떠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남은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삶은 선택이다. 선택은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선택하는 삶이야말로 개인을 존중한다. 계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다섯 살 아이는 삶을 선택할 수 없었다. 선택할 수 없는 삶이 늘어가는 시대에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권리보다는 책임에 가까운 것은 아닐지.

"다섯 살 아이에게는 삶이나 죽음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다. 그 어린이는 다른 사람의 의지로 인해 죽었다. 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 문제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날마다 살기로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나처럼 선택의 순간을 가졌든 아니든 간에,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삶을 선택한다는 건 나아가겠다고 선택하는 것이니까. 나아가려면 외면할 수 없으니까. 나아가려면 맞서야 하니까. 삶을 선택한다는 건 그런 것이니까."(김소영, 사계절,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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