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비긴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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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Begin again).

싱어송라이터 그레타와 실패한 음악 프로듀서 댄의 우연한 만남.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펼쳐 보였던 영화이다.

실연의 아픔을 감춘 그레타와 실직한 댄은 거리밴드를 결성하고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그들만의 세상을 노래한다. 음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의 꿈을 이루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져 OST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로 기억된다.

동명의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의 유명 가수들이 유럽의 낯선 곳에서 버스킹을 준비하는 과정과 공연을 담은 프로그램도 눈길이 간다.

시즌 1의 첫 촬영지는 아일랜드였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의 전작이었던 원스의 촬영지가 아일랜드였으니 묘한 우연이다.(우연이 아닌 제작진의 의도일 수도 있겠다.)

내로라하는 최고 인기 가수가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 앞에서 버스킹을 하는 포맷이라 신선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프로의 진정한 신선함은 대다수의 음악 예능 프로가 경쟁이 기본 포맷임에 반해 '공감'을 주제로 하기 때문일 듯싶다. 대중의 인기를 내려놓은 유명 가수들이 화려한 무대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기에 그들은 음악 하나로 공감을 희망할 뿐이다.

싱 어게인(Sing again).

수많은 경연 프로그램에 피로감을 느낄 요즈음 특별한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이라도 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는 가수들의 도전 무대이다. 순수 아마추어가 아닌 이미 검증받은 프로들의 경연장이기에 불안감 없는 편안함이 있다.

하지만 특별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부여잡는 것은 그들로부터 전해지는 간절함이다. 기나긴 무명의 시간에 이제는 퇴색되어 버린 꿈과 희망 대신 그저 '한 번만 더'라는 간절함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시청자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형식을 빌려 지나온 자신의 시간을 펼쳐 보여 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전하는 노래에는 꾸미지 않은 애절함이 젖어 있다. 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게 시작은 풋풋한 보랏빛 설렘이 아니다. 다시 한번 노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무대는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 법이다.

금년 한 해 일관되게 회자하는 이슈는 코로나바이러스다. 연초 발생 초기에 이렇게 긴 시간 우리를 지배하게 될는지 미처 예상치 못했다. 거의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제 극복이 가능할지 단언하기 어렵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 일상의 모습이 되었다. 유모차에 앉아 자신의 얼굴만 한 마스크를 착용한 아이는 어쩌면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감추려고만 하는 세상이 안타까울 뿐인데 해맑은 아이 얼굴마저 가려져 볼 수가 없다.

바이러스 창궐 이후 대한민국은 K-방역으로 대표되는 의료진의 노고와 대다수 국민의 공동체 의식으로 잘 견뎌왔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누적되는 피로감이 한계에 닿은 듯하다. 마주하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며 함께하지 못했기에 유독 어울림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지난 일 년은 너무 가혹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낸 2020년 끝자락. 시간은 인간이 정해 놓은 경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매년 새해 첫날은 그저 약속하고 정해 놓은 출발선일 뿐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신년은 그 어느 때보다 조금 더 각별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다시 서는 출발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빼앗긴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이상 다가오는 신년은 온전한 우리 것을 돌려받는 신년이 되어야 한다.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한번 서 보았던 무대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뒤 다시 올라설 무대는 간절함을 안고 오를 무대이다. 결코 가볍게 보아야 할 무대도 아닐뿐더러 다시 시작하는 무대이기에 처음이라는 설렘만 가득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쉬었다 다시 오르는 무대는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 진심으로 기억하고 오르는 무대이기를 소망한다.

권혁성 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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