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산책] 바이든 시대의 대북정책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불복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뒤집을 수 없다.

지난 4년 동안 미국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비판해 왔다. 트럼프가 잔혹한 독재자이자 말썽꾼인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등장시켜 마치 정상적 지도자인 것처럼 미화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고. 그리고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김정은과 웃으며 사진 찍고, 시간 낭비하고 있다고. 그래서 시간만 허비하고 4년 동안 아무것도 해결한 것이 없다고.

바이든 당선자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런 것을 본다면 얼핏 바이든 시대의 미국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시대와는 많이 바뀔 것처럼 보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북핵 문제의 주도권은 미국이나 중국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쥐고 있다. 이는 매우 불편한 진실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이 집요하게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부시 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애초에 주도권이 북한에 있었고 미국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것을 고려해 본다면 바이든 시대가 됐다고 해도 사실 바뀔 것도 별로 없다. 2년 전 김정은이 협상장에 나온 것은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유인했기 때문이 아니라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능이 김정은이 원했던 만큼 충분히 달성됐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 오바마 때와 트럼프 때가 달라질 것이 없고 트럼프 때와 바이든 때가 달라질 것이 없다.

바이든이 의회에서 오랫동안 외교와 관련된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북핵 해결에서 군사적 방법보다는 외교적 방법의 문제해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조건에서 외교적 해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개인적인 성향으로 볼 때 한국 정부가 반대하는 대북 폭격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폭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이 경제 제재다. 고강도의 대북 제재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다. 당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1년 반~2년 정도만 지나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시작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북한 경제는 아주 평온하다. 물론 광업 종사자나 무역 종사자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어 북한 주민들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보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북한의 환율과 물가는 아주 안정된 상태에 있었고 시장도 안정돼 있었다. 젊고 야심만만한 김정은은 경제발전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자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이며 눈물까지 보였지만 외부의 북한 전문가들이 볼 때는 북한 경제가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며 거의 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정상 무역과 밀무역 대부분이 꽁꽁 막혀 있었던 조건에서 경제적 혼란이 없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우리가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버티면 곧 북한 경제가 한계 상황에 도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북한이 백기를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4년 동안의 과정을 본다면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다. 제재를 지속하면 북한 경제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북한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 북한이 핵 문제에서 백기를 들고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는 냉정한 현실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냉정한 현실에 기초해서 대북 정책을 짜야 한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보다는 지금 끊임없이 축적되고 있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을 어떻게 중단시킬 수 있는지, 혹은 줄일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조금 더 현실적인 목표부터 먼저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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