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라면시장이 시사하는 소셜임팩트의 본질

권혁성 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권혁성 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출출함을 달래기 위한 간식으로 라면은 단연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조리가 간편하고 특유의 맛으로 인스턴트 식품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라면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그 역사가 만만치 않다.

拉麵(납면·중국어로 라미엔)이라는 단어는 손으로 길게 잡아당겨 늘여서(拉) 밀가루 국수(麵)를 만들었다는 뜻으로 소위 수타면이 원조인 듯하다. 중국의 라미엔은 일본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의 개항장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노점 판매를 통해 일본인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인스턴트 식품으로서 라면의 원조는 1958년 닛신식품의 치킨라면을 꼽는다. 현재와 같이 분말수프의 형태를 갖춘 완전체 라면은 1961년 일본 명성식품이 최초로 개발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양식품에 의해 라면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시점이 1963년이었으니 국내 라면 역사도 반백 년에 이른다.

WINA(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로 알려진 국제 인스턴트 라면 협회의 최근 발표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라면 소비량의 절대 강국은 중국이다. 2019년 기준 연간 414억5천만 개를 소비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한국은 39억 개로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라면이 많이 소비되는 국가이다. 1인당 연간 75개를 소비하는 셈이다.

시장 규모로는 연간 2조830억원 규모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라면 수요는 더욱 증가해 금년 상반기 1조1천300억원을 상회했다고 하니 향후 라면 시장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국내 라면 시장을 놓고 다투는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 라면을 처음 출시한 삼양식품은 초창기 단연코 라면 시장의 선두 주자였다. 삼양라면 출시 2년 뒤 롯데공업주식회사가 롯데라면을 선보이며 양사 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된다. 1975년 지금의 장년층에게 익숙한 '형님 먼저 아우 먼저'의 광고 문구를 내세운 농심라면이 출시됐다.

공전의 히트 속에 결국 롯데공업주식회사는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한다. 이후 농심은 안성탕면과 같은 히트 상품과 함께 신라면을 출시해 라면 시장의 아성을 굳히게 된다. 1985년 3월 농심은 시장점유율 40.4%로 기존 선두 업체인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 39.6%를 누르고 마침내 1위 기업에 등극한다. 이후 양사 간 시장점유율 격차는 심화돼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농심은 부동의 일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5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식품은 맛으로 선택된다. 한번 익숙해진 입맛을 바꾸기는 쉽지 않기에 라면 시장의 점유율 변동이 용이하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다.

라면보다 시장 규모가 큰 커피믹스 시장도 특정 브랜드가 수십 년간 8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120년이 넘도록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는 콜라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코카콜라는 여전히 일등 기업으로 순항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보도된 몇몇 자료가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식품 상장기업 브랜드 평판에서 오뚜기가 1위를 차지했다. 7월과 10월에 실시한 모 경제지의 업종별 소셜임팩트 조사(CSIS)에서도 오뚜기는 1위에 오른다. 특히 소통지수와 사회공헌지수에서의 높은 점수 획득이 평판 1위 선정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동종 분야 시장 1위 기업과 평판 1위 기업이 서로 다른 것이다.

기업의 사회 공헌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최근 기업 중심의 국내외 나눔 프로젝트 숫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대다수 국민의 관심은 해당 기업의 사회적 공헌 내용 자체보다 그 진실성과 지속성 여부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보다 사회적 윤리에 더 의미 있는 가치가 부여되는 모습이다. 투명한 재산 상속 과정이나 98.6%에 이르는 정규직 비율 유지, 12년째 제품 가격 동결 등이 대중에게는 사회적 윤리에 충실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단순한 기부와 자선을 넘어 사회적 윤리의 부합 여부가 진정한 소셜임팩트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어쩌면 소셜임팩트는 시장 평판의 척도를 넘어 향후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모쪼록 SNS로 무장된 초연결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소셜임팩트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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