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관의 광장] 코로나 19 시대 텃밭정원이 다시 유행한다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화단이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한다면 텃밭은 먹거리용 채소 및 기타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밭이다. 코로나19 시대 우리 모두 사회와의 거리두기를 권유받고 있다. 이때 작은 땅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족의 건강한 식단을 위해서 텃밭에서 채소 가꾸기를 시도해 봤을 것이다.

텃밭은 과거 한때 사회경제공동체의 매개체로서 큰 기여를 했다. 조선시대 수도 한양에는 텃밭이 너무 많아서 규제를 할 정도였다. 이 시대 사람들은 생산량 대부분을 이웃과 나누면서 자급자족의 행복을 누렸다. 서양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도시 텃밭이 많은 사람들을 기아로부터 구제한 덕에 텃밭정원을 '승리정원'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텃밭에 미와 멋을 더하는 정원 즉 텃밭정원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키친가든과 프랑스의 포타제(Potager) 그리고 허브정원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정원의 일부분을 활용하여 채소, 허브, 과일나무 등으로 꾸민 공간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먹을거리만을 목적으로 한 텃밭의 기능만 가진 것은 아니었다. 채소의 색채와 질감을 이용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정원의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웰빙문화가 확산되면서부터 다시 키친가든과 포타제, 허브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원과 텃밭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용 및 관상용 정원을 한데 모으는 아이디어로 텃밭정원은 세련되게 발달하고 있다. 사회 격리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코로나19 시대 세계 도처에서 텃밭정원이 다시 대유행하고 있다. 이 작고 매력적이며 생산적인 텃밭정원은 일상의 텃밭이 아니라 디자인된 공간으로, 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예쁘기도 하다.

10여 년 전 북유럽 공동주택 단지를 여행한 적이 있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 전면 공간이 텃밭정원과 어린이 놀이터로 함께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이곳을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생각해 텃밭정원과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조성했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 주거공간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햇빛을 가장 잘 받는 앞마당에는 식물을 심지 않고 빈터로 남겨 두었다. 아마 사람의 건강에 햇빛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는 도시의 열섬효과 차단과 시원한 휴식공간 조성을 위해 주차장과 놀이터를 제외한 모든 땅에 나무를 심고 있다. 그리고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건강한 땅인 건물의 전면 공간은 자동차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의 건강보다 자동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걷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을 애써 외면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보봉 마을 경우, 자동차를 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입주하는 아파트도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당시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아파트에 텃밭정원이 있다는 사례를 절대로 발표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전공하는 조경산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텃밭정원이 우리의 아파트에도 조성된다면 그만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녹지공간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아파트 마당을 비롯한 주차장 등의 공동 주거공간 구성에 변화가 필요할 듯하다. 획일적인 주거공간 조성의 지침에 따르기보다는 주민들 스스로가 제안하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공동 주거공간에서도 다양하고 아름답고 멋진 텃밭정원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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