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빚잔치와 새로운 기회

장현우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장현우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어려서 시장에 갔다가 빚잔치하는 모습을 우연하게 보았다. 팔던 자신의 물건을 돈을 받을 사람들에게 내놓고 그들이 물건을 가져가면서 빚을 갚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다. 더 신기한 것은 1년쯤 뒤 빚잔치하던 그분이 다시 시장 한쪽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고 열심히 장사하셨던 그 일이 기억에 남아 있다.

빚잔치는 금전적 어려움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때, 돈을 받을 사람에게 남아 있는 재산을 빚이나 돈 대신 내놓고 빚을 청산하는 일이다. 어려서 그 모습이 신기했고 무엇보다 잔치라는 용어 사용이 낯설었다. 빚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데 왜 많은 표현 중에서 굳이 '잔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3주체 정부, 가계, 기업이 빚으로 위기에 빠져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의 상인이 아니라 우리 경제 각 주체가 빚잔치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7월 금융시장 동향에 의하면 가계 빚은 936조원으로 1천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 빚도 955조1천억원으로 역시 1천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로 재정지출이 늘어나 상반기 재정적자가 역대 최대인 111조원이라고 한다. 정부 재정지출과 함께 경기 악화로 세수가 감소한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고용시장도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월부터 5개월 연속 줄고 있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숙박·음식점, 도소매업과 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대면 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정리하면 경제주체들의 빚은 빠르게 늘고 있고 고용된 취업자 수는 주는 상황이다.

한편 대법원에 의하면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7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62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어려움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과 개인이 모두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산 시기도 아닌데 파산 신청이 늘고 있다는 것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법인인 회사가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생계는 직격탄을 맞기에 그렇다.

법조인이 돼 법정에서 주로 하는 일은 채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위해, 주로 채권자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서면을 작성하고 변론을 한다. 일반 법정은 채권자 중심이다. 하지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채무자 중심이다. 종전의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개인채무자회생법을 통합해 제정한 법률로 채무자의 재기를 위해 하나의 법률로 통합한 것이다. 회생법원은 채무자 중심이다.

법정의 일반 원칙은 채권자 중심이고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대원칙을 준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권자 중심의 사고가 기본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개인의 책임으로만 묻기에 사회는 훨씬 복잡하다. 회생과 파산의 경우 논의와 발전이 주로 미국에서 이뤄졌다. 대공황 등 자본주의의 위기를 겪으며 현재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이 돼 있다.

회생이나 파산 신청을 한 사람들을 통계적으로 보면, 분에 넘치는 과소비나 사치를 하거나 도박을 해 빚을 못 갚은 사람들이 아니다. 경제적인 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고 취업하지 못하거나 갑작스러운 실직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병과 질환이 생기면서 금전적인 위기에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빚이 불성실과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는 기준으로 바라본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현재를 돌아보자. 대한민국 각 주체의 빚이 급증하고 있고, 코로나19 등 질환으로 인한 위기 가능성도 높아졌다. 우리 누구도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정적인 실패는 누구라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재기할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어려서 시장에서 보았던 한 상인의 빚잔치 과정이 생소했고, 법조인이 돼서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 상인에게도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 과정은 다시 바로 서는 잔치이다. 새로운 경제주체가 태어나 새로운 가치와 부를 창출하는 돌잔치인 것이다. 선조들의 언어 사용의 위대함을 비로소 알게 된다.

벤처기업이 성공하는 확률은 2~3%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7~98%의 재기를 위한 잔치를 우리가 해야 한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 회생, 파산 과정은 잔치여야 한다. 경제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생성과 번영 쇠퇴 소멸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회안전망이고 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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