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윤미향 당선자는 사퇴하는 게 맞다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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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습니다.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합니다." 이달 7일, 기자회견을 끝내며 이용수 할머니가 한 말이다. 파장은 컸다.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단체에 이용만 당해'라는 제목의 뉴스가 줄을 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뭐 이런 나쁜 사람들이 다 있냐며 화를 냈을 법도 한데 이번엔 좀 달랐다. 뭔가 오해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평소의 생각이 그랬다. 그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30여 년을 노력해온 사람들이다. 피해자 할머니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반인륜적 범죄의 진상을 밝힘으로써 더 나은 사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이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래서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있고 나서도 감히 윤미향 당선자를 함부로 의심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정의연을 악의로 대하고 사태를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듯해 보이는 몇몇 언론의 태도와 저의가 더 의심스러웠다. 그들은 왠지 신나고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정의연을 공격하는 단체들도 볼썽사나웠다. 소녀상 철거 주장에 이어 윤미향 당선자가 수요집회를 통해 성노예, 매춘 등의 개념을 청소년들에게 주입했다며 그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고발하는 대목에 이르면 정의연에 대한 없던 호의도 생길 지경이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자가 의심스럽다.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의혹이나 비난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다. 검찰 수사 또한 지켜보면 될 일이다. 정작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자가 뭔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 건, 그리고 그게 갈수록 심해지는 건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해명' 때문이다.

이를테면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 날, 정의연은 이용수 할머니에게 성금 1억원을 전달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피해자 할머니와 자신들이 부모와 자식 같은 관계라면서 말이다. 이건 낯설고 삭막하다. 설사 부모가 돈 때문에 화를 냈기로서니 돌아서기 무섭게 그 부모에게 얼마를 줬다며 영수증을 공개하는 자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그 태도로만 보면 그들에게 이용수 할머니는 이미 '저쪽 사람'이었다. 쉼터 관련 해명은 더 이상하다. 굳이 경기도 안성까지 간 이유, 건물을 비싸게 사서 싸게 되판 이유 등이 말은 될지 몰라도 납득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 어쩜 그렇게 연달아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자신의 부친을 쉼터관리인으로 고용한 것에 대한 윤미향 당선자의 해명은 좀 기가 막힌다. 우리 아버지 말고 다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랬다는 건 시민운동 단체의 대표가 할 소리는 아니다.

그리고 한나절 만에 말을 바꾼,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사게 된 경위에 대한 해명도 이해가 안 된다. 적금 3개를 깨고 가족들로부터 돈을 빌려 집을 샀던 겨우 8년 전 일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도무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들의 말처럼 정의연의 활동이 피해자 지원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건 맞다. 하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은 정의연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시작이며 끝이다. 할머니들의 마음이, 할머니들의 생각이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만큼 윤미향 당선자는 출마하기 전에 먼저 이용수 할머니에게 허락을 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하자고 했으면 그랬어야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이 급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쉼터 관련 해명에서도 당시 '상황이 급박해서'라고 했다. 앞으로 그 '급박한 상황'이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를 일이다.

정의연은 국회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다른 시민운동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활동 이력은 금배지를 달기 위한 경력이 아니다. 이번 논란으로 친일파가 준동하는 것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왜곡하던 사람들이 정의를 떠벌리는 것도 문제지만 먼저 윤미향 당선자는 사퇴하는 게 맞다. 피해자 할머니가 가슴 아파 한다. 더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면 윤미향 '당선인'이 아니라 윤미향 '당선자'가 맞다. 후보일 때는 '자'(者)였다가 선거에서 이기는 순간 '인'(人)이 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헌법에도 당선자가 있을 뿐 당선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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