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하모니

최보라 DIMF 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자정을 넘긴 시각, 방호복을 껴입은 소방대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구급차에 올라탔다. 들것에 실려 누워있는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는 것도 잠시, 이 시국에 이 정도의 문제로 도움을 받아도 되나하는 미안함이 스친다. 구급차에서의 응급처치와 상태체크는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가 갈 병원은 쉬이 결정 나지 않는다.

매뉴얼에 따라 몇 군데의 병원과 통화가 있고서야 겨우 한 병원에 도착한다. 구급차는 병원 내 지정된 주차구역에 멈춰섰다. 문진과 함께 환자와 보호자의 체온 검사부터 시작된다. 구급차 내에서 4차에 걸친 의료진의 문진과 상태체크가 있은 후 들것은 겨우 응급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매뉴얼대로, 약속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규모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른다. 무대 위의 배우에서부터 관객들의 입장을 돕는 하우스 어셔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성공적인 공연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대와 객석을 담당하는 무대감독과 하우스매니저의 지시가 필요하다. 이것을 소위 'Que(큐)'라고 하는데 한 작품에는 음향, 무대, 조명, 음악 등 파트별로 나눠진 수백 개의 큐가 존재한다.

무대감독이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 큐 사인을 보내고 그때마다 파트별 담당자들은 조명을 바꾸고, 무대를 전환하고, 효과음을 낸다. 하지만 자그마한 실수라도 있으면 관객들은 극이 아닌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모든 것이 약속과 매뉴얼 속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내며 움직였을 때 관객들은 집중하며 작품에 빠져들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공연의 완벽한 마무리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코로나19가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집어 삼키면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극장들은 문을 닫았고, 재개관은 기약이 없다. 한해를 들여 준비한 DIMF도 기약 없는 블랙홀 속에 빠진 기분이다. 고르고 골라 가장 좋은 작품들로 준비하려고 했던 우리의 노력과 우리의 시간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국내에서도 공연하려던 작품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심지어 배우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돌연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무후무한 역사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신선하지만 조금은 불편하다. 나의 작은 일상뿐만 아니라 마치 전 세계가 멈춘 것 같은 날들이다. 대체 이 상황은 언제쯤 회복될까?

하지만 한 편의 뮤지컬이 성공적인 엔딩을 맞이하는 것처럼, 119에 전화를 걸던 순간부터 응급실을 나오던 모든 순간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향한 신뢰와 약속들이 모이고 모이면 소중한 일상도 곧 제자리를 찾아오리라.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환호, 한여름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을 넘치게 달궜던 뜨거운 박수소리가, 마스크 없이도 맘 편히 객석으로 들어가 작품에 빠져들던 시간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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