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귀를 막고 종을 치다

동진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동진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동진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긴 겨울 만물은 뿌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성숙시킨다.

겨우내 오지 않던 비가 내리고 며칠 날이 따뜻해지자 뒤뜰 매화나무 가지가 파릇해지고 움이 맺혔다. 움이 꽃을 피우고 눈이 내리면 눈 속의 꽃인 설중매가 된다. 다른 꽃나무들은 아직도 겨울인 양 깊은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일컬어지는 매화는 계절을 알리기 위해 맹추위를 뚫고 봄을 준비하고 움직인다.

산책을 위해 망월사 주변을 걷다 보면 낙화담의 청둥오리들이 물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편대비행을 하더니 수면에 내려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자맥질을 하며 은빛 날개로 물살을 가른다. 물 위에 앉은 오리 떼를 바라보며 보케리니의 첼로 협주곡 9번 2악장을 들으며 나라를 생각한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고 했다. 종이 너무 커서 도둑은 망치로 종을 깨 가지고 나가려 했다. 그 도둑은 종소리가 크게 울려 펴져 다른 사람이 올까 봐 두려워서 자기의 귀를 막고 종을 깼다.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이 듣기 싫어서 귀를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엄이도종·掩耳盜鐘). 송나라 주희는 이 일화를 인용해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보복인사를 통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잘라내고 탄압하고 부정을 덮으려는 짓이 위와 같다. 정권의 비리가 드러날까 봐 수사를 막고 무력화하려는 것은 귀를 막고 종을 깨는 행위이다. 권력의 힘으로 정의를 뭉개고 가겠다는 정권의 시도는 반드시 국민의 분노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공정을 외치며 반칙과 특권을 일삼는 측근들을 물리치지 않는 한 정의의 종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펴지고 성난 민심은 개혁되지 않으면 정권을 무너트릴 것이다. 이제 겨우 임기 반환점을 넘긴 이 정권은 측근들의 부패가 심각하다. 문 정권은 역사에서 부침(浮沈)을 배우며 읍참마속하는 지혜를 자연에서 얻어야 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어린 동승이 개구리와 뱀, 물고기를 잡아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트리며 실로 돌에 매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승은 자고 있는 동승의 몸에 돌을 묶어 동일한 업보로 보상을 받게 한다.

부처님은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라 하시면서 "부끄러워할 줄 알고 마음으로 행동을 삼가면 고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김수환 추기경은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고 했다.

인간의 삶은 수많은 행위의 집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위에 의해 그 사람의 귀함과 천함이 나눠진다. 보람과 가치가 있는 삶인지 후회만 남는 삶인지 결정된다. 좋은 행위를 한다면 점점 귀해지고 나쁜 행위에 길들여지면 점점 천해진다.

인생(人生)이란 바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한 조각 구름이 아닌가. 일순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순간 사라져버리는 것들. 고정된 실체 없이 찰나생멸(刹那生滅)하는 이 세상에 단지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갈 뿐. 왜 위정자들은 나눔과 평화의 상생을 연주하지 못할까? 마음이 번거로우면 세상이 어둡고 마음이 밝으면 세상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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