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못된 선거구, 이번엔 바로잡아야 한다

문상부 한국선거협회 회장

문상부 회장 문상부 회장

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국회의 진행 상황을 보면 전체 지역구 수 253석이 유지되면서 경북 지역은 지역구 수 13석으로 변화가 없을 것 같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 4+1협의체에서 인구 하한 기준을 13만9천470명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고, 이 안이 확정될 경우 경북에는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가 인구 하한에 미달되어 현재 포항남울릉 선거구에서 울릉군만 떼어 여기에 붙이는 획정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경북 지역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다수의 선거구가 2개 이상의 시군을 합쳐 획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년 전의 선거구 획정을 보면 특정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가 기형적으로 획정되어 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되고 주민들의 생활문화권과 동떨어져 있어 이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지난해 10월 한국도시행정학회가 경북 북부 지역 4개 권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에 의하면 현행 선거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유는 시군 간 생활권이 다르고(35.3%) 이해관계가 다르다(30.4%)는 이유가 65%를 넘었다. 이것은 바로 경북 북부 지역 선거구가 기형적으로 획정되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경북도청, 경찰청, 교육청이 이전한 도청신도시를 품고 있는 안동시와 예천군이 서로 다른 선거구로 나누어져 있어 향후 경북 발전을 주도하기 위한 정책 추진이나 예산 집행 등 여러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행 선거구 중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에만 땜질식으로 울릉군을 갖다 붙이자는 정치인의 주장은 지역 실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울릉군 주민들은 배편이 가장 많은 포항시로 자녀들을 유학 보내고 파도가 높은 겨울철에는 포항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울릉도로 들어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생활문화권을 무시하고 다른 선거구에 편입시키는 것은 교통과 생활문화권을 고려하여 지역구를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25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국회나 정치권에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선거 때마다 땜질식으로 획정해 왔는데, 과거의 사례를 보면 지루한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서야 선거구가 획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직도 총선을 3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이므로 선거 일정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또다시 땜질식으로 획정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이번에는 정치인의 의사보다 지역구민의 의사를 더욱 존중하여 지난번 획정 시 정치인의 지나친 개입으로 주민의 생활문화권과 불일치하는 잘못 획정된 선거구를 바로잡아야 하겠다.

이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독립기구로 출범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공정하게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도록 정치권력이 획정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이 또다시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가 졸속으로 획정되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획정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현행 선거구 중 잘못된 선거구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단체를 결성하고 '선거구 바로잡기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획정 과정에 개입하여 사익을 취하려는 나쁜 정치인이 있다면 이 정치인에 대한 강력한 낙선 운동을 벌여야 하겠다. 그래야만 잘못된 선거구를 생활문화권과 일치하고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선거구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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