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천연기념물 제435호 달성 비슬산 암괴류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2019년 기해년도 이제 12월 달력 1장을 남겨 두고 있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지난 10월과 11월에는 빙하기와 관련하여 대구 선사시대 인류를 얘기했다. 내친김에 빙하기 얘기 하나 더 해보자.

빙하기와 관련한 대구의 소중한 이야기는 비슬산 암괴류다. 대구에는 천연기념물이 2곳에 있다. 하나는 천연기념물 제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이고, 다른 하나는 천연기념물 제435호인 달성 비슬산 암괴류다. 제1호가 대구에서 탄생했고 세월이 한참 흘러 달성 비슬산 암괴류가 제435호로 지정되었다.

대구에는 천연기념물은 물론 국보·보물급, 더 나아가 세계유산급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화재가 있음에도 지역민의 성향 탓인지 별 관심이 없다. 비슬산 암괴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계기는 2000년대 초반 본인의 연구와 언론의 노력 결과다. 암괴류는 일본식 지형 용어라서 별로 부르고 싶지는 않지만, 학술용어로 굳어져 있어 달리 방법이 없다. 필자는 여기에서 암괴류라는 용어 대신 '돌강'(바위강)으로 부르고자 한다. 돌강은 영어로 'block stream' 'boulder stream'으로 표시한다. 말 그대로 돌이나 바위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모습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비슬산 돌강은 원래 길이가 약 2㎞에 달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부분은 1㎞를 조금 넘어가는 정도다. 실제로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에도 현재의 상태만 보고 세계 최장(最長)이라 하지 않았다면 천연기념물 지정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돌강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 채 개발에만 목맨 결과다.

돌강 곳곳에 개발로 인한 상처가 생겨 안타깝다. 소재사 입구 다리 아래 있었던 돌강의 바위를 모두 걷어내 조경석으로 장식한 일이나, 인공폭포를 만든 것이 그렇다. 돌강 중간에는 작은 사방댐을 조성했고, 연못까지 만들어 놓아 참으로 가관이다.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잘된 일이라 생각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난개발이 있어 여러 차례 얘기를 했음에도 신통치 않다. 최근에는 케이블카도 설치하려 한다니 가슴이 답답하다. 돌강 최고 전문가가 지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허가만 바라보고 있는 지자체가 안쓰럽다. 비슬산 돌강은 최종 빙하기(10만 년 전〜1만 년 전) 때 거대한 기반암에서 분리되어 만들어진 돌들이 산지 상부에서 아래로 조금씩 이동하여 형성된 지형이다. 2017년 세계적 학술지에 필자와 공동연구진은 비슬산 돌강을 연구논문으로 게재하였다. 지역의 지형과 관련하여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된 경우로는 첫 사례다.

비슬산 대견사 주변 스님바위, 코끼리바위 등으로 이루어진 기반암은 7만9천 년 전에 노출되어 풍화를 받았고 이때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아래쪽으로 느리게 이동하였다. 즉, 산 정상부인 대견사에서 아래쪽인 비슬산관리사무소로 갈수록 나이가 많은 돌이 위치한다. 예를 들면, 대견사 주변 돌강의 바위들은 빙하기가 끝나가던 시기인 약 9천700년 전에 형성된 가장 젊은 돌인 반면 비슬산관리사무소 부근에 위치하는 돌강의 바위들은 대견사 부근 기반암에서 약 6만5천 년 전에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이동한 것이다. 돌강의 바위들이 1천 년에 26m의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비슬산 돌강의 바위들이 주빙하적 기후환경(알래스카와 비슷한 기후)에서 한창 이동하고 있을 무렵, 2만 년 전 백두산 일대에서 대구로 이주해 온 대구 최초의 인류인 구석기 인류도 이 광경을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2만 년이라는 긴 시간조차 짧게 여겨진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